활짝 핀 멍게 꽃…어민 얼굴에도 웃음 꽃 필까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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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맞은 남해안 멍게 출하 개시
고수온 등 떼죽음 피해 거의 없어
겨우내 성장 잘 돼 시작단가 껑충

20일 오전 통영시 산양읍 신전리 바닷가 물량장 뗏목에서 제철 맞은 멍게 수확이 한창이다. 김민진 기자 20일 오전 통영시 산양읍 신전리 바닷가 물량장 뗏목에서 제철 맞은 멍게 수확이 한창이다. 김민진 기자

“올핸 제법 괜찮을 것 같네요.” 때 이른 꽃샘추위에 체감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진 20일 오전 경남 통영시 산양읍 신전리 바닷가. 곧게 뻗은 물량장을 따라 지붕을 얹은 뗏목이 촘촘히 줄지어 떠 있다. ‘바다의 꽃’이라 불리는 멍게(우렁쉥이) 수확 작업장이다.

바닷물을 가득 채운 대형 활어차 한 대가 뗏목 앞에 자리 잡자, 작업장이 분주해진다. 작업장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쉴 사이 없이 쏟아져 나오는 울긋불긋한 멍게들. 굵은 밧줄(봉줄)에 붙은 멍게를 훑어 낸 뒤 씻고 크기별로 분류까지 해 주는 자동화 설비다. 덕분에 이맘때 5~6명이 필요했던 일손이 절반으로 줄었다.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는 어민들에겐 천군만마다.

50kg들이 상자가 멍게로 채워지고, 전자저울 숫자가 ‘57kg’을 넘어서자 곁에서 지켜보던 작업자가 재빨리 빈 상자로 교체한다. 멍게로 수북한 상자는 곧장 활어차로 옮겨진다. 이맘때 멍게는 대부분 껍질을 벗기지 않은 상태로 중간 유통상인 활어차를 통해 전국 각지로 공급된다. 유통 중 발생하는 감량을 고려해 55kg 단위로 값을 매기는데, 2kg 남짓인 플라스틱 상자 무게를 더해 중량을 맞춘다.

지금 수확하는 것들은 어민들이 2년 넘게 애지중지 키워 낸 최상품이다. 어른 주먹만 한 크기에 속이 꽉 찼다. 일찌감치 입소문이 퍼지면서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 이날 오전 중에만 80상자, 4t 이상을 출하해야 한다. 가격도 작년보다 20% 이상 올랐다. 기대 이상의 시장 반응에 어민들은 한껏 상기된 표정이다.

어장주 이송환 씨는 “여름을 잘 견뎌낸 덕에 폐사가 거의 없었다. 겨우내 성장도 빨라 예년보다 일찍 작업을 시작했다”면서 “지금처럼만 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을 듯하다”고 말했다.

제철 맞은 남해안 멍게 양식업계가 모처럼 웃고 있다. 나쁘지 않은 풍작에도 안팎에서 불거진 돌발 악재에 울상이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작황·가격·소비 모두 기대 이상의 성적표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3년 넘게 이어진 부진을 털고 제대로 된 재기의 발판을 놓을지 주목된다.

20일 오전 통영시 산양읍 신전리 바닷가 물량장 뗏목에서 제철 맞은 멍게 수확이 한창이다. 김민진 기자 20일 오전 통영시 산양읍 신전리 바닷가 물량장 뗏목에서 제철 맞은 멍게 수확이 한창이다. 김민진 기자

20일 통영에 본소를 둔 멍게수하식수협에 따르면 통영과 거제 앞바다를 중심으로 생산되는 남해안 멍게는 보통 2월부터 6월 중순까지 출하된다. 두 지역에 산재한 멍게 작업장은 모두 110여 곳. 이 중 일부는 설 명절 전부터 작업을 시작했다. 올 겨울 성장이 유난히 빠르고 좋아 출하 시기를 앞당긴 것이다. 지금도 5곳 정도가 하루걸러 하루꼴로 작업 중이다. 나머지 작업장 역시, 이달 말을 기점으로 조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시작은 좋다. 멍게에 치명적인 고수온이나 빈산소수괴(산소부족물덩어리) 피해가 거의 없는 데다, 수온 변화도 크지 않아 성장이 잘 됐다. 멍게 특유의 향도 진해 값도 껑충 뛰었다. 출하 단가 기준 1상자 평균 19만 원 선이다. 작년 이맘때 15만 원보다 4만 원가량 높다.

지난해 일본산 수입 논란에 된서리를 맞았던 어민들은 기분 좋은 출발에 한시름 놓는 분위기다. 당시 일본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둘러싼 정치권 공방이 가열되는 와중에 엉뚱하게 멍게가 논쟁의 중심에 섰고, 하필 출하 시즌을 맞은 국내산으로 불똥이 튀면서 소비가 급감했다.

제철 멍게는 대부분 껍질을 벗기지 않은 상태로 중간 유통상인 활어차를 통해 전국 각지로 공급된다. 김민진 기자 제철 멍게는 대부분 껍질을 벗기지 않은 상태로 중간 유통상인 활어차를 통해 전국 각지로 공급된다. 김민진 기자

반면 올해는 제대로 된 대접을 받고 있다. 아직 초반이라 공급이 달리다 보니 주말 나들이객들로 북적이는 전통시장에선 없어서 못 팔 정도다. 통영 서호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설 쇠고 멍게 찾는 손님들이 부쩍 늘었다. 많이 들여놓고 싶어도 당장은 양이 적어 어렵다”고 귀띔했다.

김태형 멍게수협 조합장은 “모처럼 생산, 유통, 소비 삼박자가 맞는 해가 될 것 같다”면서 “청정해역에서 생산된 안전한 먹거리다. 안심하고 많이 찾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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