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60년 나문희 “인생의 마지막은 소풍 가듯…”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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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풍’서 김영옥과 호흡
남해 머물며 로케이션 촬영
“오랜 연기의 원동력은 마음”

배우 나문희가 영화 ‘소풍’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이 작품은 20일 기준 누적관객 수 25만 명을 넘으며 손익분기점인 27만 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나문희가 영화 ‘소풍’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이 작품은 20일 기준 누적관객 수 25만 명을 넘으며 손익분기점인 27만 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세월이 얼마나 빨리 가는지 몰라요. 내 자신과 계속 부단히 싸우다가 소풍 가듯 인생을 마무리하고 싶어요.”

배우 나문희에게 영화 ‘소풍’은 좀 더 특별하다. 20년간 함께한 매니저의 배우자가 각본을 썼고, 오랜 절친인 김영옥과 호흡을 맞췄다. 시니어 배우들이 여럿 의기투합한 데다 영화가 노년의 삶과 존엄사 문제 등을 이야기한 점도 한몫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나문희는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고 웃은 뒤 “남해에서 영화를 오래 찍었는데 잘 나와서 마음이 좋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두 친구가 60년 만에 함께 고향으로 여행을 떠나며 열여섯의 추억을 다시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나문희는 극 중 은심을 맡아 관록 있는 연기를 선보인다. 실제로도 오랜 시간 우정을 나눈 김영옥과 친구 호흡을 맞췄다. 나문희는 “다른 친한 배우들도 많지만, 이번 작품을 김영옥 언니와 하고 싶었다”며 “특별히 눈빛만 봐도 느껴지는 그런 사이”라고 말했다. 그는 “처음엔 영옥 언니가 안 한다고 했는데 제가 ‘언니 안 하면 나도 안 할 거야’라고 했더나 마음을 돌려줬다”면서 “저를 그만큼 좋아해 주는 것 같다”고 웃었다.

영화는 삶의 끝자락에 선 두 친구의 모습을 조명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와 이를 둘러싼 여러 고민이 영화에 자연스럽게 담겼다. 지난해 12월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그는 “‘소풍’ 촬영할 때 우리 영감이 아팠다”며 “영화 촬영을 해야 해서 큰딸한테 영감을 맡겨놓고 난 거의 촬영장에서 살았다”고 말했다. 나문희는 “그땐 마음이 연기 이외에 다른 곳으로 분산되는 게 싫었다”면서 “로케이션 장소였던 남해에서 먹고 자면서 한순간도 다른 곳에 가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영화 찍을 때 밤마다 혼자 ‘여보 사랑해’라고 말한 뒤 잠들었어요. 촬영 끝나고 집에 가보니 남편 건강 상태가 더 나빠졌더라고요. 다행히도 나머지 시간은 함께 보냈어요. ‘백만송이 장미’라는 노래가 있는데 저도 남편 덕분에 그런 꽃을 한번 피워봤던 것 같아요.”


영화 ‘소풍’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소풍’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1941년생인 나문희는 1961년 MBC 라디오 1기 공채 성우 출신으로 연예계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영화 ‘영어 완전 정복’(2003년) ‘너는 내 운명’(2005년) ‘수상한 그녀’(2014년) ‘아이 캔 스피크’(2017년), 드라마 ‘바람은 불어도’(1995년) ‘거침없이 하이킥’(2006년) 등에서 주로 유쾌하고 친근한 모습으로 사랑을 받아왔다.

햇수로만 60년 넘게 연예계 생활을 이어 온 나문희는 이제 “연기하다 그대로 세상을 떠나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그는 “이제 돌봐야 할 남편이 없어서 불러주는 곳 어디서든 연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떤 감독님이 외국에서 작품을 하는데 같이 하자고 연락했길래 너무 좋다고 했다”며 “마음이 가는 작품이라면 날개를 달고 날아가 연기를 하다 그곳에서 죽어도 되는 팔자”라고 말했다.

나문희가 오랜 시간 연기할 수 있는 원동력은 ‘마음’이다. 그는 “몸과 마음 운동, 뇌 운동을 같이 한다”며 “연기할 때 눈빛이 살아있어야 하니까 눈 운동도 한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이제는 요술봉을 한 번 휘두르면 작품에 맞는 연기가 나오는 느낌”이라면서 “시니어 배우도 할 수 있는 게 많으니 좀 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인다. “이젠 저를 위해서 많이 살고 있어요. 생각보다 나를 위해서 사는 건 참 어렵거든요. 기도도 열심히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면서 지내고 있죠. 제가 노인부 장관은 아니지만, 사회 분위기도 바뀌어서 노인들을 좀 더 생각하고 활용하면 좋겠습니다.(웃음)”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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