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병원들 “겨우 일주일 버틸 여력뿐”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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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파업 경험 살려 버티기
장기화 땐 ‘응급실 뺑뺑이’ 우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해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집단 행동을 시작한 20일 부산 서구 부산대학교병원에 환자가 이동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해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집단 행동을 시작한 20일 부산 서구 부산대학교병원에 환자가 이동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전공의의 80% 이상이 집단행동에 동참하는 분위기 속에서 병원들은 파업 장기화를 걱정하고 있다. 부산 병원들은 이전 파업 사례에 비춰 “최대 1주일 정도 버틸 여력이 있고 길어지면 답이 없다”고 호소하는 상황이다.

20일 부산 의료계에 따르면 전공의가 사직서를 낸 병원을 중심으로 실제로 의료 차질이 벌어지고 있다. 외래 진료는 교수 위주로 돌아가는 만큼 아직 큰 차질은 벌어지지 않고 있지만, 긴급 수술은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부산 A대학병원의 경우 마취과 전공의 8명이 전원 사직서를 내는 바람에 수술 일정이 대거 조정됐다. 평소 13개의 수술실이 운영되는데 이 중 절반도 안되는 6개만 운영하는 실정이다. 급하지 않은 수술은 다 연기 방침을 세웠고, 생명이 위급한 환자, 암 환자, 정형외과 대퇴골 골절환자 등으로 우선 순위를 매겨 수술실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A대학병원 관계자는 “탈장 수술처럼 응급하지 않은 수술은 모조리 연기했다”며 “암 환자의 경우 우선 수술실을 배정하고는 있지만 암 환자의 수술이 딜레이되는 것이 현실이고 이 사태가 장기화되면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부산 B대학병원 관계자는 “응급한 상황인 만큼 교수와 전임의 위주로 당직표를 새로 짜고 대비하고 있는데 의사도 사람인 만큼 이 인원만으로 장기간 버티기는 힘들다”고 토로했다.

특히, 2020년 8월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 증원 반대를 이유로 시작된 의사 파업 당시 부산에서 음독을 시도한 40대 남성이 받아줄 병원을 찾지 못해 ‘응급실 뺑뺑이’를 하다 사망한 사건이 있었던 만큼 더욱 부산 의료계는 걱정이 더 크다. 당시 위 세척을 할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3시간을 헤매다 울산으로 이송된 이 남성은 결국 다음 날 숨졌다. 경기도에서도 30대 심정지 남성이 처치할 의사를 찾아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 사망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전공의 집단행동의 결과로 사망 사고 발생 시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앞서 정부는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환자 사망 사례 같은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면 법정 최고형까지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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