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보는 '입중계' 방송 [키워드로 트렌드 읽기]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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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르크크 이경규' 갈무리 유튜브 '르크크 이경규' 갈무리

지난 7일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요르단전 완패를 두고 '예능 대부' 이경규의 따끔한 일침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다. 현역 축구선수를 사위로 둔 그는 유튜브를 통해 '입중계' 생방송을 진행하면서 "축구협회장이 누구야. 이 정도면 책임지고 물러나야지. 언제까지 해 먹을 거냐"라고 이례적으로 쓴소리를 쏟아냈다. 일주일 뒤에는 요르단전 전날 저녁 대표팀 선수들 사이에서 신체적 마찰까지 있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축구 전문 크리에이터 '감스트'의 입중계 발언이 재조명됐다. 당시 우리 선수들의 잇따른 패스 미스를 지적하던 감스트가 "어떻게 이렇게 패스가 안 맞냐. 혹시 어제 싸웠나"라며 답답해 했는데, 이게 정말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입중계'는 실제 경기 화면과 소리는 제공하지 않은 채 경기를 보는 출연진의 반응과 해설만을 송출하는 인터넷 방송을 일컫는다. 특정 대회나 리그에 대한 중계권을 가진 방송사나 뉴미디어 플랫폼 외에는 저작권 문제로 경기 장면을 자신의 콘텐츠에 사용할 수 없게 되자 나타난 일종의 우회 방식이다. 현장 화면과 소리만 제공하지 못할 뿐 오로지 말로만 경기 상황을 전해준다는 점에서 라디오 중계방송과 비슷하다. 다만 온라인에서는 '심의'라는 틀에서 다소 벗어나 보다 솔직하고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하다는 게 큰 장점이다. 덕분에 기존 방송에서는 정제된 모습을 보이던 캐스터·해설위원들도 일상에서 보여줄 만한 말과 행동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며 시청자와 소통에도 나선다.

물론 '입중계'가 혜성처럼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은 아니다. 팬들과 채팅창을 통해 소통하며 함께 즐긴다는 점만 두고 봤을 때는 이미 10여 년 전에도 중계권을 확보한 몇몇 온라인 방송 플랫폼을 통해 1인 미디어 진행자 'BJ'가 이끌어 나가는 프로야구 편파중계, 국제 축구대회 중계 먹방 같은 개인 방송 콘텐츠들이 다양한 종목에서 진행된 바 있다. 결국 현재의 '입중계'에서 시청자들이 원하는 핵심 포인트는 사실상 출연자 고유의 캐릭터와 매력 그 자체에 있는 셈이다. 시청자에게는 친근한 유명인과 함께 감정과 의견을 실시간으로 교환하며 경기를 관전하거나, 전현직 선수나 전문가들의 시선을 따라가며 할 말은 솔직하게 하는 순간의 경험이 중요해졌다.

또 결정적인 장면에 터져 나오는 출연자들의 반응은 생중계 이후 하이라이트만 따로 발췌해 편집한 '리액션 비디오' 콘텐츠로 새롭게 올라오기도 한다. 이는 1990년대 한일전 축구 당시 양국 방송사 중계진의 모습을 담아 후일담으로 소개했던 TV 예능 프로그램과 비슷한 면이 있어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산다. 이렇게 재생산된 영상들은 커뮤니티에서 입소문을 타고 이슈가 될 경우, 조회수가 폭발하거나 출연자가 운영 중인 채널의 구독자 수가 급증하는 계기도 된다.

한편, 최근에는 국내 최고 인기 프로 스포츠 KBO리그의 중계권 협상과 관련해 뉴미디어 시장도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중계권 재판매와 2차 저작물 허용 여부 등에 따라 기존 플랫폼에서 진행된 프로야구 중계의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때문에 일부 크리에이터들이 프로야구 '입중계'로 변화를 시도할 가능성도 열려있지만, 야구라는 종목의 특성상 라디오 중계와 어떻게 차별화를 가져갈 지를 살펴보는 것도 올 시즌의 관전 포인트가 될 듯하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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