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잠적 여파 부산 남구청·하도급 업체 소송전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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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센터 시공 맡은 건설사에
구청 측 공사비 95% 이미 지급
“구청이 대금 배분 확인했어야”
“통상 준공 때 확인” 주장 맞서

부산남구청사 건물 전경 부산남구청사 건물 전경

부산 남구 체육센터 시공을 맡은 건설업체 임직원이 잠적(부산일보 1월 23일 자 10면 보도)한 탓에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하도급 업체들이 공사를 발주한 지자체를 상대로 소송에 나섰다. 양측 간 책임 공방이 벌어지는 가운데 비용 부담으로 소송조차 하지 못하는 영세 업체는 한숨을 내쉰다.


남구청은 남구국민체육센터 2관(이하 체육센터) 공사를 맡은 하도급 업체 2곳과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라고 21일 밝혔다. 남구청에 따르면 하도급 업체 두 곳이 남구청에 요구한 체육센터 공사대금은 3억 원가량이다.

앞서 지난해 10월 체육센터 시공을 맡은 A건설사 임직원이 갑작스레 잠적했다. 체육센터 준공을 앞두고 사무실도 모두 비운 채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당시 남구청은 공사대금 총액의 95%인 74억 2000만 원을 지급한 상태였다. 하도급 업체가 받아야 할 돈도 포함됐다.

하도급 업체 측은 남구청이 A건설사에 공사대금을 주면서 주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건설사가 하도급 업체에 공사대금을 정상적으로 배분했는지 남구청이 확인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공사 관련 입찰이나 계약을 맺는 사항 전반에 관해 규정한 행정안전부 예규를 보면 지자체가 공사대금 배분을 확인해야 한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다. ‘지방자치단체 입찰 및 계약집행기준’에 따르면, 지자체가 원도급자에게 선금을 지급한 때에는 그로부터 15일 이내에 하도급자에게 현금으로 지급하게 하고, 선금 배분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배분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지자체는 원도급자에게 선금을 반환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남구청은 A건설사에 지급한 공사대금의 배분 여부를 확인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남구청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공사대금을 지불했다고 해명했다. 특히 행안부 예규에도 선금 배분 여부를 확인하는 기간까지는 별도로 명시돼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통상 준공 시에 공사대금 배분 여부를 확인하는데, 그전에 A건설사가 잠적했다는 것이다.

양측 법령 해석이 다른 것을 두고 행안부 회계제도과 관계자는 “해당 조항은 원도급자가 하도급 업체에 15일 이내 선금을 배분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자체가 배분 여부를 확인하는 기간은 별도로 정해져 있지 않다”면서도 “최대한 빠르게 배분 여부를 확인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른 하도급 업체도 소송을 검토하는 가운데 일부 영세 업체는 시간과 비용 부담으로 소송조차 ‘그림의 떡’이라고 하소연한다. 소송에는 비용과 시간이 들어 당장 공사대금이 급급한 영세업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B 하도급 업체 대표는 “공사대금을 받아야 다음 공사 자재비, 인건비를 마련할 수 있어 큰 곤란에 빠져 있다. 회사 문을 닫을 판”이라며 “연 단위로 길어지는 기간과 더불어 변호사 비용까지 고려하면 소송은 엄두도 못 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A 건설사 잠적 여파가 하도급 업체와 노동자 임금체불로 이어지면서 사태는 장기화할 전망이다. 지난 15일에는 노동자 50여 명이 남구청 앞에서 임금체불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남구청은 A 건설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걸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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