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그의 글을 읽으면 자꾸 허기가 진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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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다가, 울컥 / 박찬일


<밥 먹다가, 울컥> 표지. <밥 먹다가, 울컥> 표지.

최근 넷플릭스에 올라온 다큐멘터리 ‘짜장면 랩소디’를 보는 중이다. 혹시나 하고 기대를 했더니 역시나 우리의 ‘글쓰는 요리사’ 박찬일이 비중 있게 등장한다. 사실 <짜장면:곱빼기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를 쓴 박 셰프를 빼고 짜장면 이야기를 할 수 없다. 지금은 먹는 행위가 트렌드가 되어 버린 세상이 아니가. 실력과 말발을 겸비한 이 초절정 고수가 왜 좀처럼 방송에 나오지 않는 걸까 궁금해한 적이 있다. <밥 먹다가, 울컥>을 읽으며 방송 대신에 글쓰기에 전념하는 그가 더욱 고맙게 느껴졌다.

이 책은 차마 입에 올리기 어려웠던 그리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잊지 않으려 쓰는 이야기이다. 주간지 《시사IN》에 연재한 원고들을 다듬고 더해 쓴 글들을 묶은 것이다. 연재 중단 소식에 그 사유를 묻는 문의가 빗발쳤을 만큼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글이다. 그는 성게가 목에 걸려 먹지 못하겠다고 고백한다. 막 일을 마친 할매 해녀를 만났는데 마지막 숨까지 뽑아서 바다에 던져 넣고 와서 사람이 반쯤 쪼그라든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외할머니를 떠올리며 죽음과 요리, 그게 한 사람의 피와 살이 된다는 생의 일관된 과정을 체험으로 얻었다고 말한다.

《시사IN》에서 박 셰프를 담당했던 기자는 “그는 때로는 새벽 3시에, 때로는 새벽 5시에 원고를 보내곤 했다. 그가 밤의 서정에 까무룩 감겨 산 자와 죽은 자들이 먹었던 밥을 밤새 지어 보내면, 김이 펄펄 나는 글을 읽는데도 이상하게 허기가 졌다”라고 말했다. 덕분에 성찬이 차려졌다. 남의 밥을 해 먹이기 위해 고생하고 희생하는 이들의 기막힌 사연에 우리는 왜 이토록 무심했을까. 먹는다는 행위는 시간과 경험을 나누고 삶을 공유하는 것이었다. 박찬일 지음/웅진지식하우스/260쪽/1만 7000원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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