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부족' 경남과학교육원 화석전시관, 싹 바뀔까?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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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동안 콘텐츠 개선 안돼...활성화 목표
첨단 시설.콘텐츠 도입 계획...6억 원 투입
부족한 예산에 미비한 성과 우려도

경남과학교육원 화석전시관 모습. 김현우 기자 경남과학교육원 화석전시관 모습. 김현우 기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중생대 화석 유물을 원형대로 전시 중인 경남과학교육원 화석전시관이 콘텐츠를 보강하는 등 대대적인 개선에 나섰다. 하지만 확보된 예산이 제한적이라 ‘반쪽 개선’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997년 8월 경남 진주시 진성면 가진리에 경남과학교육원을 건립하기 위해 터파기 공사를 하는 도중 지하 35m 암반에서 다양한 발자국 화석이 발견됐다. 문화재 발굴 조사를 통해 도요물떼새발자국 2500개, 공룡발자국 80개, 익룡발자국 20개, 새발자국 화석 365개가 수집됐고, 땅의 겉표면이 말라 거북이 등처럼 갈라져 터진 모양과 물결자국 등도 확인됐다.

이 유적들은 1억여 년 전 중생대의 생태계와 지표면 퇴적 과정을 잘 보여주는 데다 조류와 공룡 발자국이 혼재한 세계적으로 희귀한 유물로 평가받으면서 1998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특히 유물을 원형대로 보존하기 위해 교육원 내에 화석전시관을 별도로 만들었다.

경남과학교육원 화석전시관. 김현우 기자 경남과학교육원 화석전시관. 김현우 기자

하지만 개관 초반에는 많은 관심을 끌면서 관람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던 화석전시관이지만 최근에는 그 기능이 다소 상실된 상태다. 전시관과 박물관 등이 대부분 첨단 형태로 바뀌고 다채로운 체험을 진행하고 있지만 화석전시관 내 시설은 보는 것에만 국한돼 있고 그마저도 심각하게 낙후돼있다.

2007년 개원 당시 설치한 전시관 벽면 고정식 설명 패널은 관람객들의 관심과 흥미를 전혀 이끌어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화석의 경우 건열과 연흔은 물론, 핵심인 공룡발자국조차 두드러져 있지 않아 자세히 보지 않으면 확인조차 어렵다. 사실상 천연기념물로서의 가치를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최근 인근에 화석산지가 잇따라 발굴됐고 첨단 전시관도 늘면서 관람객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전시관에서 만난 한 관람객은 “아이들 데리고 과학관에 자주 오지만 화석전시관은 거의 가질 않는다. 어둡기도 하고 공룡발자국도 거의 보이질 않는다. 가까이서 볼 수도 없어서 아이들도 흥미가 없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경남과학교육원도 17년 만에 시설 개선에 착수했다. 올 한해 동안 과학관 전시물 현대화 사업에 나서기로 하고 예산을 확보한 것이다.

화석전시관에 있는 발자국 화석. 흔적이 희미하고 거리도 멀어 육안으로 식별이 쉽지 않다. 김현우 기자 화석전시관에 있는 발자국 화석. 흔적이 희미하고 거리도 멀어 육안으로 식별이 쉽지 않다. 김현우 기자

먼저 첨단 시설물이 대폭 늘어난다.

벽면에 설치된 고정식 설명 패널은 상호작용형(인터랙티브) 디지털 체험물로 교체되며, 가진리 화석 산지의 생태를 복원한 상호작용형 체험시설도 구축될 예정이다. 여기에 벽면에 상호작용형 미디어월이 설치돼 관람객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만든다. 또 발자국 화석은 증강현실 콘텐츠가 적용돼 쥐라기 시대 체험이 가능해지며, 눈으로 보기만 하던 패널도 3D 영상 디지털 전시 패널로 교체된다. 이밖에 관람객의 호기심과 학습 동기를 높이는 체험시설과 과학이론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가상공간 시설 등도 구축될 전망이다.

경남교육청 관계자는 “가진리 공룡발자국 화석산지의 가치가 높지만 시설 낙후로 인해 관심이 많이 줄었다. 다시 많은 사람들이 방문해 즐길 수 있도록 시설 현대화 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다만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올해 전시관 현대화 사업에 책정된 예산은 6억 원 정도다. 관련 전문가들은 첨단 콘텐츠를 구축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예산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인근 진주 익룡발자국 전시관과 청동기박물관의 경우 지난 2020년 전후로 실감콘텐츠 확보에만 12억 원 이상이 들었다. 과학교육원 화석전시관의 경우 콘텐츠 확보뿐만 아니라 시설 개선까지 추진되지만 오히려 예산이 더 적다. 여기에 코로나 팬데믹 이후 콘텐츠 관련 단가가 대폭 올랐다는 점도 문제다.

경남지역의 한 전시관 관계자는 “상호작용형 시설도 시설이지만 불과 몇 년 사이 콘텐츠 단가가 너무 많이 올랐다. 예산이 충분히 확보되면 좋겠지만 6억 원으로는 제대로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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