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수도’ 창원이 ‘자전거 도시’로 탈바꿈한 비결은?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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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 내려도 아랑곳 않는 교육 열기
가다 서다 해도 “걸음마 배우는 재미”
누비자 교육 연계, 이용자 30% 올라
인프라+교육까지 ‘자전거 도시 창원’


21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 창원레포츠파크 자전거문화센터 인근 처마 밑에서 무료 자전거교육이 열리고 있다. 강대한 기자 21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 창원레포츠파크 자전거문화센터 인근 처마 밑에서 무료 자전거교육이 열리고 있다. 강대한 기자

“어, 어, 간다. 간다. 앗싸!”

겨울비가 보슬보슬 떨어지던 21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 창원레포츠파크 자전거문화센터 앞. 20여 명이 2열 횡대로 서서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대부분 중장년 여성으로 이뤄진 이 무리는 머리에 하얀 헬멧을 쓰고, 팔꿈치와 무릎엔 검은 보호장비를 두른 채 형광색 조끼까지 걸쳐 무장했다. 5분 정도 몸을 풀더니 곧장 빗속을 뚫고 장소를 옮긴다. 100m가량 이동해 도착한 곳은 더 넓은 공간이 마련된 처마 밑이다. 다시 1열 종대로 진열을 가다듬더니 하나같이 비장한 표정으로 순서를 기다린다. “출발하세요” 신호와 함께 힘차게 발을 구르자 움직이는 건 다름 아닌 자전거다. 창원시 산하 레포츠파크에서 운영하는 무료 자전거 교육 ‘생활반’ 강습이 한창이다.

지난 19일부터 이론수업과 보호장비 착용법, 자전거 끌기, 서서 중심잡기 등을 거쳐 이제 갓 3일 차를 맞은 새내기 교육생들 열기가 뜨겁다. 곳곳에서 “억” “악” 외마디 기합이 들린다. 3~4m 가다 오른쪽·왼쪽으로 기울며 멈춰 서는 이가 대부분이다. 그중 한 교육생이 속도를 올리며 독주하자 “멀리 보고, 브레이크”라는 고함이 울린다. 1990년대 국가대표 사이클 선수를 지낸 김지선(49) 강사다. 벌써 15년째 교육을 맡고 있는 김 강사는 “고개 드세요. 엉덩이 들지 마세요”라며 교육생들 자세 바로잡기에 바쁘다. 정연향(61) 교육생은 “애들이 걸음마 배우듯이 조금씩 한발 한발 떼면서 배우는 것이 재미있다”고 말했다.


21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 창원레포츠파크 자전거문화센터 앞에서 자전거 교육생 20여 명이 스트레칭하고 있다. 강대한 기자 21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 창원레포츠파크 자전거문화센터 앞에서 자전거 교육생 20여 명이 스트레칭하고 있다. 강대한 기자

2008년 9월 전국 최초로 개장한 자전거 종합 문화공간 ‘자전거문화센터’에서 운영하는 이 교육이 지역 자전거 문화 확산에 밑거름이 되고 있다.

센터에 따르면 최근 3년(2021~2023년)간 매해 275·283·284명이 자전거 교육을 수료했다. 교육은 만13~65세 창원시민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으며, 생활반(초급)·직장반(야간 초급)·중급반에 각 30명을 선착순으로 접수해 4주간 진행한다.

기본적인 자전거 이용 방법부터 직선·코너·언덕·단체 등 세부적인 주행법을 알려주는가 하면, 창원시 공영자전거인 ‘누비자’ 가입 안내와 이용법 등도 병행해 가르친다. 매번 신청 대기자만 30여 명이 나올 정도로 인기다. 덕분에 같은 기간 누비자 신규 가입자 수는 82명에서 107명으로 30% 뛰었다. 또 자전거문화센터 방문객도 179명에서 509명으로 3배 가까이 올랐다.

첫 개강부터 지금까지 총 7464명의 교육생이 배출됐는데, 95% 이상 여성이었으며 주목적은 장 보기용 자전거 타기다. 환경교육사 일을 했다는 정진숙(64) 씨는 “장 볼 때 차 말고, 자전거를 타려고 교육을 듣게 됐다. 운동하면서 탄소중립에도 앞장서게 돼 ‘도랑 치고 가재 잡기’”라고 강조했다.


창원레포츠파크 무료 자전거 교육 도로주행 실습 모습. 창원레포츠파크 제공 창원레포츠파크 무료 자전거 교육 도로주행 실습 모습. 창원레포츠파크 제공

창원은 자전거 전용도로만 무려 103.3km에, 누비자 대여·반납 터미널만 439곳을 운영 중인, 이미 자전거 인프라가 넉넉히 갖춰진 도시다. 게다가 이런 교육까지 뒷받침하면서 실제 자전거 이용률이 높은 편이다. 하루 평균 누비자 탑승자만 1만 1400여 명 수준이다. ‘자전거 도시’라 불리는 이유다.

창원시 관계자는 “친환경 저탄소 이동 수단인 자전거 이용과 보급 확대로 환경수도 창원의 탄소중립 실천을 이끌겠다”면서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안전하고 건전한 자전거 타기를 즐기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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