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9연속 동결…이창용 한은 총재 “상반기 중 인하 어렵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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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3.50% 유지 결정
물가 목표치·가계부채 부담 영향
美 Fed ‘라스트 마일’ 경계도 한몫
“잠재성장률 전망치 2%…구조개혁 필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현행 3.50% 수준에서 또 한번 동결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현행 3.50% 수준에서 또 한번 동결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현행 3.50% 수준에서 또 한번 동결했다. 벌써 9회 연속 동결 결정이다. 물가가 목표치(2.0%)에 도달하지 못했고, 가계부채 문제 역시 여전하다는 인식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총재는 상반기 중에는 금리 인하를 기대해서는 안될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한은은 이날 이창용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열고 금통위원 전원 일치로 금리를 동결 결정했다. 이로써 한은은 지난해 2월 이후 1년여 동안 열린 9번의 금통위 회의에서 금리를 모두 동결했다. 또한 한은은 이날 금리 결정과 동시에 발표한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지난해 11월 전망치와 같은 2.6%로 유지했다.


이 총재는 회의 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상반기에 금리를 인하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의견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며 “저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은 3개월 내 3.5%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견해를 보였다”고 말했다.


금리 동결 결정의 배경은 역시 물가다. 이들은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목표 수준(2%)보다 높고 기존 전망대로 둔화할지에 대한 불확실성도 큰 상황이기 때문에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이 총재는 “물가가 지금 굉장히 울퉁불퉁한 길을 내려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부분 금통위원은 아직 금리인하 논의를 시기상조로 보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실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2월(3.2%)까지 5개월 연속 3%대를 유지하다가 1월(2.8%) 반년 만에 2%대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불안한 상태다. 가계부채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점도 한은의 조기 금리 인하에 있어 큰 부담이다. 특히 1월에만 전세자금 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855조 3000억 원)이 4조 9000억 원 늘었다. 이는 1월 기준으로 2021년 1월(+5조 원) 다음 역대 두 번째로 큰 증가 폭이다.


미국이 고물가 시기 마지막 국면에서 너무 일찍 통화정책 완화로 돌아섰다가 물가 안정기 진입 자체가 무산되는 이른바 ‘라스트 마일(목표에 이르기 직전 최종구간) 리스크’를 경계하는 분위기도 한은 동결 결정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이 총재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관련한 ‘4월 위기설’을 제기하는 데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그는 “총선 이전에 부동산 PF가 넘어질 것을 다 막아줘서 그 다음에 터진다고 하는 것은 굉장히 큰 오해”라며 “총선 전후로 크게 바뀔 것이라는 근거가 무엇인지 오히려 반문하고 싶다”고 했다.


이 총재는 국내 부동산 시장에 대해선 “금리를 내릴 때 부동산 가격을 자극하지 않도록 정부와 거시안정 정책을 확실히 해야 한다는 게 몇 년 동안 저희가 배운 레슨(교훈)”이라고 답했다. 이어 “금리 정책을 잘못해서 부동산 가격을 다시 올리는 그런 일은 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총재는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에 대해 “2% 정도로 보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 어느 시점에 새로 발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령화 등 때문에 2%에서 더 낮아지는 방향으로 갈지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며 “노력해서 올릴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특히 그는 “미국이 한국보다 소득이 높은데도 2% 이상 성장하는데, 고령화를 이유로 일본이 겪은 (잃어버린) 20년을 그대로 반복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소극적인 태도”라며 “구조적인 노력을 통해 잠재성장률을 어떻게 올릴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총재는 비트코인 현물 ETF(상장지수펀드)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싶지 않다”며 “한국은행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즉답을 피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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