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중희 ‘안암145’ 대표 “네트워크 없는 태블릿으로 블록체인 보안성 향상”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비트코인이 어느새 7000만 원을 넘기며, 또다시 열풍 조짐이 읽힌다. 이를 보는 블록체인 업계의 감정은 양가적이다.

“대중의 관심이 반갑지만, 코인이 블록체인의 전부로 보일까 걱정은 되죠.”

‘안암145’ 이중희 대표는 블록체인 관련 개발 업체의 대표이자, 고려대학교 정보보호학 교수이다. 그는 블록체인 생태계 안에서 보안성을 높일 수 있는 장비 등을 개발하고 있다. 당연히 가상자산에 대해 관심이 많다. 다만 코인의 가격과 추세가 아니라, ‘탈중앙화’라는 기술이 가상자산에서 구현되는 과정이 관심 분야다.

이 대표는 “유학 시설 자금 송금에 맞춰진 ‘리플’이라는 코인이 나왔는데, 그러자 시중은행들이 송금 수수료를 크게 낮추기 시작했다”며 “이런 것도 아주 작은 변화에 불과하다. 앞으로 더 크고 본질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2013년 미국 텍사스대 샌안토니오 캠퍼스의 교수 시절 처음 블록체인을 접했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저사양 기기의 보안을 연구하고 있을 때였다. 이 대표는 “개별 기기 자체의 보안성을 높이기 힘든 상황이었는데, 블록체인을 이용해 해결이 가능했다”며 “연결 기기가 많아질수록 효과가 커지는 것에서 블록체인의 가능성을 처음 봤다”고 말했다.

‘연결돼 모이면 강해진다’는 짧은 설명을 이해할 수 있다면, 블록체인에 대한 아주 기초적인 개념은 있는 셈이다. 블록체인 안에서 각 기기들은 동일한 데이터를 가지고, 한 기기의 정보 변화는 다른 기기의 데이터에도 기록된다. 그러니 한 기기의 데이터를 조작하는 건 무의미하다. 모든 기기가 동일한 정보를 가지는 평등한 구조라는 게 핵심인데, 이를 두고 ‘탈중앙화’라고 부른다.

이 대표는 “인터넷 이전과 이후로 세상은 완전히 변했다”며 “인터넷도 개발 직후가 아니라 사용이 편한 적합한 툴이 나오고 파급력이 가졌는데, 지금 블록체인은 툴이 나오기 전 인터넷 같은 상황일 수 있다”고 말했다.

‘탈중앙화’ 실현은 사실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이다. 우리 일상은 중앙집중적인 시스템이 만든 세상에서 구현된다. 그만큼 탈중앙화 영향을 받을 영역이 많다. 국가나 금융권이 중심이 돼 찍고 유통하던 화폐에 탈중앙화를 적용한 게 가상자산이다. 화폐 외 일상을 구성하는 많은 중앙집중적인 요소들에 순차적으로 블록체인을 적용한다면, 변화의 크기는 짐작하기 힘들다.

이 대표는 “거대한 변화가 언제 시작될지 알 수는 없지만, 시작되면 결국 모두가 적응할 것이다”며 “하지만 변화의 이유와 흐름을 알고 있는 이는 적응속도가 다를 것이다”고 전망했다. 블록체인을 이해하면서 변화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여러 면에서 경쟁력 확보한 이가 될 수 있다는 뜻으로 들린다.

안암145는 지난해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가상자산 거래 전용 단말기로 전환할 수 있는 오픈 소스를 공개했고, 관련 프로그램과 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네트워크 연결이 안돼 해킹 우려가 없는 가상자산 지갑을 ‘콜드 월렛’이라고 한다. 다만 사용할 때마다 네트워크에 연결해야 하는 불편이 있다. 안암145의 오픈소스 등은 이용하면, 태블릿을 별도 연결없이 사용할 수 있는 콜드 월렛처럼 활용할 수 있다.

이 대표는 “태블릿이 안전하고 편리한 전용 단말기가 된다면, 많은 사람이 좀 더 쉽게 블록체인에 입문하고 눈을 띄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다”고 개발의도를 설명했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