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공의 의존 극심한 대형병원 의료체계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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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이탈 가속하자 의료 공백 현실화
전문의 중심 안정적 인적 구조 전환해야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행동 3일째인 22일 부산 서구 부산대학교병원 외래 진료 접수·수납 창구 앞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행동 3일째인 22일 부산 서구 부산대학교병원 외래 진료 접수·수납 창구 앞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대규모 집단 사직과 병원 이탈이 나흘째 이어지면서 환자 신음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연일 강경 대응을 밝히고 있지만 집단행동에 참여하는 전공의 반발은 더 거세지는 양상이다. 보건복지부가 22일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소속 전공의의 74.4%인 9275명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64.4%인 8024명이 근무지를 이탈했다. 면허정지와 주동자 구속수사 등 정부 압박에도 불구하고 환자 곁을 떠나는 전공의는 오히려 늘고 있는 것이다. 동맹휴학이라는 집단행동에 나서는 의대생도 1만 명을 넘어서는 등 사태는 악화일로다. 의료 공백에 따른 환자 고통도 점점 심해지는 상황이다.

전공의 파업이 의료 대란의 핵심으로 부각되면서 이들에게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현행 의료시스템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국내 전공의 수는 전체 의사의 13%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런데 이들은 대형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에서 수술과 진료를 보조하고 입원환자를 점검하는 핵심 인력으로 활동하고 있다. 야간이나 휴일에 당직을 서고 중증이나 응급환자의 수술에도 참여한다. 교육생 신분으로 주 업무는 ‘수련’이지만 ‘의료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공의 집단행동은 의료 현장 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문의 대신 값싼 전공의 노동력에 의존하고 있는 기형적 의료시스템을 바로잡지 않으면 근본적 해결이 어렵다는 이야기다.

2000년 의약분업 파동과 2020년 의대 정원 확대 반대 때에도 전공의 문제가 제기됐지만 의료 현장 시스템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는 이를 의식하듯 이번 필수의료 패키지에 병원이 전문의 중심으로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인적 구조를 단계적으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문제는 예산이다. 국내 대학병원 전공의 비중이 40%를 웃도는 것과 달리 미국 일본 유럽 등은 10% 정도다. 이러니 의료 현안이 터질 때마다 전공의 집단행동과 의료 대란이 반복되는 것이다. 부산대병원만 해도 이번 사태로 마취과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면서 하루 평균 90~100건 이뤄지던 수술이 30%가량 줄었다.

정부와 의료계가 강 대 강 대치를 이어 가는 사이 환자 고통은 더 심해지고 있다. 강원도 양양에서는 다리에 괴사가 진행된 60대 당뇨 환자의 ‘응급실 뺑뺑이’가 발생했다. 울산에서는 암 환자가 항암 치료 중 소변줄이 끊어졌는데 의사가 없어 내원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정부의 의대 증원이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의사 단체들의 성토도 잇따른다. 일부에서는 ‘파업 승리·국시 구제’라는 무패의 경험이 의사들의 자신감을 키웠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당장 급한 게 의료 공백에 따른 환자 고통이다. 어떤 명분도 의사가 환자를 팽개치고 이룰 수는 없다. 더 큰 일이 나기 전에 의료 현장 정상화부터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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