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가려 받기 시작한 응급실 앞, 환자들이 먼저 발길을 돌렸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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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환자 위주 기조 강화 조짐에
불만·우려 속 응급실은 한산해져

전공의들의 집단행동 사흘째인 22일 부산 서구 부산대학교병원 응급실 앞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전공의들의 집단행동 사흘째인 22일 부산 서구 부산대학교병원 응급실 앞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전공의 집단 사직서 제출로 의료 공백이 발생하고 난 이후로 부산 지역 대학병원 응급실들이 평소보다 한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 병원 응급실이 의료진 부족으로 중증 환자만 받겠다는 방침을 세워 환자들이 발걸음을 돌리거나 아예 발길을 끊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21~22일 이틀 동안 〈부산일보〉 취재진이 찾은 부산대병원 응급실은 평상시보다 눈에 띄게 환자가 줄었다. 이틀 내내 한산한 분위기마저 보였다. 실제 22일 23개 병상을 둔 부산대병원 응급실에 있는 환자는 10명이 채 되지 않았다.

이날 응급실 앞에서 만난 직원 김 모 씨는 “평소엔 앰뷸런스 소리가 수시로 들리는데 오늘 오전에는 거의 듣지 못한 것 같다”며 “보통 응급실 병상이 부족하고, 대기실에도 사람들이 많은데 이번 주부터 사람이 확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전공의 집단 이탈 이후 대학병원 응급실도 의료 공백이 현실화하고 있다. 응급실이 중증 환자만 받겠다는 기조를 더욱 강화하면서 응급실을 찾는 경증 환자는 눈에 띄게 줄었다. 다만 환자들 사이에서는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지 못하는 데 대해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의료진은 “뉴스를 보고 사람들이 알아서 응급실을 안 찾는 것 같기도 하다. 필요 이상으로 응급실을 찾던 경증 환자가 빠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이 발걸음을 돌리는 경우 역시 늘어나면서 의료진과 환자 갈등도 거세지는 분위기다. 이날 부산대병원 응급실 앞에서 만난 50대 여성은 “방학을 맞아 집에 있던 대학생 아들이 급성 복통이 와서 응급실을 찾았는데, 중증 환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병원에서 돌려보냈다”며 “일전에도 비슷한 경우가 생겼을 때는 응급실에서 진료를 봐줬는데, 그때는 되고 지금은 안 돼 답답하다”고 말했다.

현재 부산대병원 응급실은 전공의 12명 중 8명이 빠지면서 심각한 업무 공백을 빚고 있다. 총 5~6명의 의사가 응급실 업무를 전담하면서 동시간대에 2명의 의사만 응급실 업무를 볼 수 있다. 부산대병원 응급의학과 의사는 “퇴근하고 6시간 이후에는 다시 출근해야하는 생활이 당분간 반복될 것으로 본다. 응급실 의사들은 현재 주 80시간 이상을 일하며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은 부산 각 대학병원마다 비슷하다. 대부분 대학병원 응급실은 가급적 중증 환자 위주로 선별해서 받는 것으로 파악된다. 환자가 밀려들면 의료 자원 고갈로 진료가 불가능한 것은 큰 병원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진료 없이 중증·경증 환자를 구분하다 자칫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대학병원 측도 의사 부족 탓에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호소한다. 부산대병원 염석란 응급의학과 교수는 “환자를 안 받고 싶어서가 아니라 현재로선 경증 환자를 받을 수가 없다”며 “이제 (전공의 파업) 3일 차지만, 모든 의료진은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텨 보려고 애를 쓰고 있다. 정말 생명이 위중한 환자들을 위해 배려를 해달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당부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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