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이탈 사흘 만에 ‘응급실 뺑뺑이’ 현실화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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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공의 74.4% 사직서
강원도 60대 환자 응급실 전전
이탈 전공의 45%는 현장 복귀

22일 오전 서울 한 대형병원에서 한 환자가 구급대원들의 도움을 받아 응급실로 이송되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전체 전공의 대부분이 근무하는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20일 밤까지 전공의 8천816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연합뉴스 22일 오전 서울 한 대형병원에서 한 환자가 구급대원들의 도움을 받아 응급실로 이송되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전체 전공의 대부분이 근무하는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20일 밤까지 전공의 8천816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연합뉴스

전공의가 집단 사직서를 제출해 의료 공백이 발생한 지 사흘째인 22일에도 한치의 양보 없는 ‘강 대 강’ 대치가 계속됐다. 서울 세브란스병원에서는 응급실을 찾은 말기암 환자가 협진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도에서는 ‘응급실 뺑뺑이’가 발생했다. 부산도 전공의 부재가 계속되고 있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전국 주요 100개 수련병원에서 21일 오후 10시 기준 전체 소속 전공의의 약 74.4% 수준인 927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22일 밝혔다. 전날에 비해 459명이 추가로 사직서를 냈다. 21일보다 211명이 더 늘어난 8024명(전공의의 64.4%)가 근무지를 이탈했다.

중수본은 현장 점검을 통해 근무지 이탈이 확인된 6038명 중 이미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5230명을 뺀 808명에게 추가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정부는 지난 20일 병원에 출근하지 않은 6228명에게 업무복귀명령을 내렸는데, 이 중 45%인 2851명이 현장으로 돌아왔다.

응급실 뺑뺑이 피해도 벌써 터져나오고 있다. 서울 '빅 5' 병원 중 한 곳인 서울세브란스병원 응급실에 실려온 말기암 환자가 의료진이 다른 과에 협진을 요청하던 중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인다. 병원 측은 "환자가 거의 사망한 상태로 왔고 교수진이 응급실에서 진료 중이다"고 해명했지만 전공의 부재로 인한 과부하가 감지되는 사례다.

지난 21일 강원도 양양군에서도 당뇨를 앓던 60대 환자가 오른쪽 다리 괴사 발생으로 강릉아산병원 응급실로 가려 했으나 전공의가 없어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 환자는 3시간 30분 동안 ‘뺑뺑이’를 돌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21일 오후 6시 기준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신규로 접수된 피해 사례는 총 57건이었다. 수술 지연 44건, 진료 거절 6건, 진료 예약 취소 5건, 입원 지연 2건이다.

의료계는 ‘응급실 뺑뺑이’를 비롯해 수술 연기나 취소, 외래 진료 차질이 다음 주 더 심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에서도 전공의 부재가 외래 진료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입원 환자를 보던 전공의가 한꺼번에 사라지면서 교수나 전임강사가 업무에 투입돼 외래 진료에 차질이 생기는 식이다. 이틀치 외래 진료가 한꺼번에 밀리며 환자가 3~4시간 대기하는 일이 예사가 돼가고 있다.

부산대병원 간호사 A 씨는 “대기 시간이 길어지며 화를 내는 환자가 많고 진료 시간 조정 때문에 예약을 다시 잡아야 해 평소보다 업무가 늘어났다”며 “수술을 보조하는 PA(진료지원인력) 간호사는 사실상 전공의 업무를 대체하면서 무척 힘든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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