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보다 중요한 식습관…비만한 사람은 '건강 백세' 못 된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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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 장수를 위한 식사 원칙]
체지방, 염증과 암·성인병 원인
탄수화물 줄이고 단백질로 대체
정제된 과당·트랜스지방은 금물

저녁은 가급적 일찍 적게 먹기
조금씩 나눠 먹고 천천히 식사
단백질 보충제는 의사와 상의

백세인의 장수 비결은 명의나 명약이 아니라 꾸준한 운동과 올바른 식습관이다. 이미지투데이 백세인의 장수 비결은 명의나 명약이 아니라 꾸준한 운동과 올바른 식습관이다. 이미지투데이

국내 성인 세 명 중 한 명(32.5%)은 비만이다. 간헐적 단식과 단백질 보충제의 유행은 사그라들 줄 모른다. 식사와 질병, 노화의 관계를 규명하는 연구 결과도 나날이 축적되고 있다. '전 국민 운동 지침서'를 표방한 <운동할래? 병원 갈래?>에 이어 운동과 영양을 다룬 <운동하고 뭐 먹지?>를 출간한 대한메포츠의원 나용승 원장(대한메포츠협회 이사장)에게 건강 백세를 위한 식사의 원칙을 물었다.


■건강한 비만은 없다

필요 에너지 이상으로 먹은 음식은 몸속에서 지방으로 바뀌어 축적된다. 이것이 너무 많이 쌓이면 염증의 원인이 되고 암까지 일으킬 수 있다. 과체중은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의 강력한 위험 요인이기도 하다. 통상 체중(kg)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BMI(체질량지수)가 25 이상을 비만, 23~25를 과체중, 18.5~23이면 정상이라고 한다. 나용승 원장은 "비만한 사람은 절대 건강 백세를 이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가운데 비만의 주범은 탄수화물(당질)이다. 과다 섭취한 탄수화물은 포도당으로 분해돼 뇌와 근육의 연료로 쓰인 뒤 간과 근육에 글리코겐으로 소량 저장되고, 남은 포도당은 지방으로 전환돼 저장된다.

나용승 원장은 "우리나라 식사 문화권은 탄수화물 비율이 많게는 80%까지 되는데, 3대 영양소 비율을 60 대 20 대 20 정도로 유지하고, 탄수화물을 줄인 만큼 단백질로 대체하면 된다"면서 "근육감소증은 근골격계 질환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근육 손실을 예방하기 위해서도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영양학회의 '한국인 영양소 섭취 기준'이 제시한 적정 비율은 55~65 : 7~20 : 15~30이다.

칼로리보다 중요한 건 음식의 종류다. 청량음료, 과자, 과일주스 등 정제된 과당이 들어간 식품은 섭취를 안 하는 게 좋다. 특히 과즙 같은 농축과당은 흡수가 빨라 혈당이 치솟고 비만과 당뇨병을 부른다. 지방의 경우 올리브오일이나 등푸른 생선에 많은 오메가3 등 불포화지방산이 '착한 지방'으로 불렸지만, 최근에는 버터 같은 포화지방산도 장수에 기여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단, 마가린·쇼트닝처럼 가공을 거친 트랜스지방산은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하고 복부지방으로 쌓이니 피해야 한다. 가공 식품 영양성분표를 잘 살피고 튀긴 음식은 줄인다.

필요 에너지 이상으로 쓰고 남은 음식은 체지방으로 축적돼 염증과 질병을 일으킨다. 이미지투데이 필요 에너지 이상으로 쓰고 남은 음식은 체지방으로 축적돼 염증과 질병을 일으킨다. 이미지투데이

■언제 어떻게 먹을까

나용승 원장은 우리나라 식습관 중 가장 고쳐야 할 것으로 저녁에 많이 먹는 것을 꼽았다. '아침은 황제, 점심은 평민, 저녁은 거지처럼 먹으라'는 프랑스 속담에 더해 저녁은 일찍, 가급적 6시 이전에 적게 먹는 게 좋다. 저녁 시간은 먹은 양에 비해 활동이 적어 에너지 소모가 덜 되기 때문이다.

포만감을 느낄 때까지 먹기보다 위장의 70~80%를 채우고, 조금씩 여러 번 나눠 먹는 것도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다. 하루에 2000칼로리를 두 끼로 나누는 것보다 다섯 끼로 나누면 한꺼번에 많이 먹어서 혈당치가 치솟는 것을 방지하면서 위장의 크기도 줄일 수 있다. 위장벽에서 분비되는 그렐린은 허기를 느끼게 하는 호르몬인데, 위장이 커지면 그렐린 분비량도 많아진다.

식사는 천천히, 적어도 20분 이상 먹는다. 나용승 원장은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렙틴 호르몬은 식후 20분부터 분비되기 시작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15분 만에 식사를 끝내기 때문에 필요한 양보다 많은 음식을 먹게 된다"고 지적했다. '혼밥'일 때는 더욱 그렇다.

하루 8시간 안에 식사를 끝내고 16시간 굶는 식의 간헐적 단식은 전체 칼로리 섭취량을 줄여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금식 기간 동안 지방을 연소해 당뇨병 등 질병을 예방하는 효과도 입증됐다. 단, 성장기 청소년이나 당뇨병 환자, 노쇠가 시작된 65세 이상에게는 맞지 않으니 주의해야 한다.

체지방을 빼려면 식전 운동이 효과적이고, 운동 후 30분 이내에 단백질이 풍부한 식사를 하면 근육 성장과 회복에 도움이 된다. 하루 2리터 안팎의 충분한 물도 필수다. 단백질 보충제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신장과 간 기능을 체크하면서 전문가와 상의하는 게 좋다.

나용승 원장은 "20여 년간 요양병원을 운영하면서 지켜본 백세인들의 장수 비결은 명의나 명약이 아니라 꾸준한 운동과 소식하는 식습관이었다"면서 "특히 고령층이 건강해야 내 가족, 지역사회와 국가도 행복한 만큼 지금부터라도 잘못된 습관을 하나씩 고쳐 나가자"고 제안했다.


대한메포츠의원 나용승 원장(대한메포츠협회 이사장)이 자신의 책 <운동하고 뭐 먹지?>을 소개하고 있다. 부산일보DB 대한메포츠의원 나용승 원장(대한메포츠협회 이사장)이 자신의 책 <운동하고 뭐 먹지?>을 소개하고 있다. 부산일보DB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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