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 “42년 만 첫 오컬트 도전… 연기는 외로움의 연속”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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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개봉 영화 ‘파묘’ 주연
땅과 자연 이야기하는 작품
“아직도 하고 싶은 작업 많아”

배우 최민식이 영화 ‘파묘’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쇼박스 제공 배우 최민식이 영화 ‘파묘’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쇼박스 제공

“‘파묘’는 단순히 귀신 공포 영화가 아니에요.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이 땅과 자연을 이야기하고 있죠.”

배우 최민식은 영화 ‘파묘’를 이렇게 소개했다. 지난 22일 개봉한 이 영화는 5일 만에 관객 262만 명을 모으며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작품 인기 요인으로 적재적소에 잘 배치된 배우들의 사실감 있는 연기가 큰 몫을 하는데, 그 중심엔 최민식이 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데뷔 42년 만에 오컬트 장르에 처음 도전했다”며 “처음부터 친근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는다. 영화 ‘사바하’ ‘검은 사제들’ 등 한국형 오컬트 장르를 구축한 장재현 감독의 신작이다.

최민식은 극 중 베테랑 풍수사 상덕을 연기했다. 최민식은 “제가 10살 무렵에 폐결핵으로 죽을 뻔한 적이 있다”며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라는 사주였는데, 어머니께서 절 데리고 산속의 절에 가서 기도하셨다. 희한하게 나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우리가 살면서 이성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지 않나”라면서 “그런 걸 겪어 봐서 그런지 영화 속에 묘사된 풍수지리나 무속신앙이 친근하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미신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재미있잖아요. 굳이 안 할 이유도 없고요. 물론 (너무 몰입해서) 전 재산 날리고 뒤통수 맞으면 안 되지만요. 정화수 떠놓고 우리 손주 건강하길 비는 할머니 마음 같은 그런 정성이라고 생각했어요”

최민식이 풍수사로 변신한 건 42년 연기 인생에서 처음이다. 게다가 그가 연기한 상덕은 경력만 40년 이상인 베테랑 풍수사다. 땅의 모양과 흙의 맛, 색깔만 봐도 길지인지 흉지인지 알아차린다. 최민식은 “몇 달 동안 책을 읽는다고 한들 어떻게 40년 땅 파먹고 산 사람으로 완벽하게 변할 수 있겠느냐”며 “상덕은 평생 자연을 관찰하며 터의 모양새, 질감, 형태 등을 연구한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 사람은 산을 바라볼 때 뭐든 깊게 보겠구나, 생각했다”면서 “그런 태도를 인물의 큰 줄기로 잡고 갔다”고 말했다. “장 감독이 이 작품을 통해서 ‘우리 땅의 트라우마를 치료하고 싶다’고 했어요. (나쁜 것을) 뽑아내고 상처에 약을 발라주고 싶다고 말이죠. 작품 속 도깨비불도 컴퓨터그래픽으로 하지 않고 다 직접 만들더라고요. 그 정서가 마음에 들었어요.”


영화 ‘파묘’ 스틸컷. 쇼박스 제공 영화 ‘파묘’ 스틸컷. 쇼박스 제공

1982년 연극 ‘우리 읍내’로 연예계 생활을 시작한 최민식은 올해 연기 생활 42년을 맞았다. 그간 수많은 작품에 출연해 인상 깊은 얼굴을 펼쳐내며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 배우로 자리 잡았다. 영화 ‘올드보이’와 ‘신세계’ ‘범죄와의 전쟁’ ‘악마를 보았다’ 등에서 수많은 명대사를 남겼고, ‘명량’으로는 1700만 명 이상의 역대 최다 관객을 동원했다. 오랜 시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최민식은 그 시간이 대부분 외로웠다며 의외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최민식은 “허구의 인간과 허구의 삶을 현실에 있을 법하게 그리는 작업은 외로움의 연속”이라며 “인물을 수백 번 생각해서 그 인물이 되는 작업은 오롯이 저 혼자 감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절벽에 떠밀려 선 채 무언가를 표현해야 한다는 절박함 같은 게 있다”면서 “혼자만의 외로운 작업을 끝내고 일단 촬영을 시작하면 서핑을 타듯이 달린다”고 설명했다. “저는 뒤돌아보지 않아요. 뒤를 자꾸 돌아보면 주저앉게 돼요. 신구 선생님도 아직까지 연극을 하시는데 그에 비하면 저는 핏덩이죠. 아직 전 욕심이 많아요. 격정 멜로물도 한 번 해보고 싶고요. 하고 싶은 작업도 너무 많고, 아직 접해보지 못한 세상을 만나보고 싶습니다.(웃음)”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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