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푸르나의 그림자를 찾아서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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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석 수색대 참가 경험 살린
김남표의 ‘회화적 리얼리티전’



Annapurna. 오케이앤피 제공 Annapurna. 오케이앤피 제공

Himalaya phantom. 오케이앤피 제공 Himalaya phantom. 오케이앤피 제공

적지 않은 작가가 산을 그리지만 안나푸르나만 그린 작가는 그동안 보지 못했다. 안나푸르나의 등정 사망률은 38%이다. 5명이 올라가면 2명은 못 내려온다는 무시무시한 산이다. 2011년 박영석 대장 일행이 신루트 개척 중에 추락해 돌아오지 못한 곳이기도 하다. 부산 해운대 오케이앤피(OKNP) 부산은 초현실적 풍경화 시리즈로 알려진 김남표의 개인전 ‘안나푸르나:회화적 리얼리티’전을 열고 있다. 김 작가는 지난해 12년 만에 결성된 박영석 대장을 찾는 수색대의 일원으로 참가해 히말라야에 20일 이상 머물렀다.

김 작가는 돌아와서 안나푸르나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난해 서울시산악문화센터에서 ‘안나푸르나’ 전시가 열렸는데, 용감한 산악인들이 그림을 보고 무섭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했다. 지난 서울 전시가 안나푸르나에 묻힌 박영석을 추모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이번 전시는 ‘산을 그린다는 것은 무엇인지’와 ‘회화에서 리얼리티란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췄다. 희박한 공기를 마시며 깎아지른 악산(惡山)을 오르는 긴장감이 팽팽하게 느껴진다. 이 그림을 보고 왜 무섭다고 했는지 알 것 같다.

그를 잘 아는 대학 은사는 “김남표 작가의 태도와 작업은 다르다. 그는 우선 자신의 피부로 대상을 느끼기를 원한다”라고 말했다. 유화 작품인데도 좀처럼 붓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도 특색이 있다. 붓 대신에 면봉이나 이쑤시개, 넓은 면을 칠할 때는 박스를 뜯고 거기에 물감을 묻혀서 작업을 한다. 작가는 스스로가 게을러서라고 둘러대지만, 남들과 다른 새로운 작업을 하고 싶다는 욕망으로 읽힌다. 한 작품의 검은색 배경 재료는 흑연이었는데, 흑연이 주는 그 오묘한 색깔에 빨려드는 느낌이 든다.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박영석 대장을 찾는 수색대가 다시 꾸려지고 있고, 그도 일원이 되어서 출발할 예정이다. 그가 다시 가는 이유는 안나푸르나에서 놓친 것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림자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그림자가 존재하는 안나푸르나를 좀 더 보고 그리고 싶다고 했다. 산이 뭐길래 사람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산에 오르는 것일까. 김 작가는 “산에는 혼자가 아니라 사람들과 같이 간다. 거기선 모두 저마다의 역할이 있다. 같은 목적으로 가지만 각자의 두려움은 또 천차만별이다. 그곳에는 사람들과 서로 의지할 수밖에 없는 행복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핑계를 대고 또 가는 모양이다. 이번 전시는 3월 10일까지 열린다.


Annapurna Drawing. 오케이앤피 제공 Annapurna Drawing. 오케이앤피 제공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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