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MoCA, 오늘 만나는 미술] 진정한 교육이란 무엇인가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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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아 '사람은 무엇을 배우나Ⅱ'

함양아의 ‘사람은 무엇을 배우나Ⅱ’. 두 작품(위, 아래 사진)이 모여 하나의 작품을 이루고 있다.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함양아의 ‘사람은 무엇을 배우나Ⅱ’. 두 작품(위, 아래 사진)이 모여 하나의 작품을 이루고 있다.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부모가 쌍둥이 아이들을 정성스럽고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아이들은 가장 편안한 자세로 엄마, 아빠의 곁에 몸을 기대어 그들이 온전히 믿고 의지하는 보호자의 손길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이러한 신체적 접촉 행위는 부모의 사랑으로 인식되기보다 왠지 모르게 낯선 느낌을 준다. ‘비대면’이라는 수식어가 일상의 용어로 자리잡은 오늘날, 우리는 종종 타인과의 접촉을 친밀감이 아닌 불쾌감으로 받아들인다. 사회적 관계 속에서 결핍과 소외가 발생하는 것은 물론이다.

함양아 작가는 세계 곳곳에 존재하는 개별적 사회시스템과 전체의 보편적 사회구조의 상호 연관성에 대해 탐구해왔다. 정치, 경제, 문화적 측면에서 당면하고 있는 현상들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면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를 구체화하고자 시도한다. 이 작품에서는 시대의 변화에 걸맞은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진화를 거듭하는 제도권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사람은 무엇을 배우나Ⅱ’를 통해 반복적인 신체접촉이 아이들로 하여금 부모와의 정서적 교감, 절대적 신뢰와 같은 상호작용을 경험하게 한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접촉행위가 터부시되는 현시대의 상황은 사회구성원들의 진실된 상호작용이 쉽지 않다. 또한 기술의 비약적 발전이 인터넷을 통한 것이라면 무조건적으로 신뢰하는 현상을 불러일으키면서 오직 시청각적 정보만을 통해 세계 전체를 인식하고자 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현대인은 인간의 원초적 감각이라 할 수 있는 촉감을 통해 감정적으로 교류하는 행위가 무척이나 생경하다.

그렇다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교육’의 진정성은 무엇일까. 신자유주의 체제 내 사회적 제도들은 모든 것들을 양극화시킨다. 교육 제도도 마찬가지다. 오로지 국가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사회구성원들을 육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아이들은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쓸모없는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 오로지 제도가 제공하는 것들만을 배우게 된다. 인간의 사랑과 신뢰, 공감의 정서를 온전히 전달받지 못한 아이들은 본인의 고유한 정체성과 세계의 다양성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작가는 ‘교육’이라는 영역이 다가올 미래에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변화할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며, 감상자들로 하여금 이를 현실화시켜나갈 과제를 사유해보기를 권한다. 이해리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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