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1섬 1테마' 개발

정달식 논설위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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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은 뭍사람들에게 설렘과 호기심의 대상이다.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섬일 경우 더 그렇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는 ‘그 섬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절로 솟게 하는 아름다운 섬이 많다. 지난해 10월 피아노 축제가 열렸던 전남 신안군 자은도가 바로 그런 경우다. 축제 기간 104대의 피아노 선율이 자은도 해변을 아름답게 수놓았다. 하지만 육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교육과 의료 복지, 나가는 사람은 있어도 들어오는 사람은 드문 곳, 노후화를 거쳐 소멸로 갈 수밖에 없는 환경 등이 우리나라 섬들이 처한 현실이다. 마치 외로움이 섬의 숙명인 것처럼 말이다.

해양의 헌법이라고 불리는 유엔해양법협약에서는 섬을 ‘물로 둘러싸여 있고 밀물 때도 수면 위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육지 지역’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크고 작은 섬들도 많지만, 모래가 퇴적해 생긴 섬부터 새들만 사는 바위섬에 이르기까지 그 형태도 다양하다. 한국섬진흥원 자료(2022년 12월)에 따르면 우리나라 섬은 3383개나 된다. 이 중 사람이 사는 유인도는 467개이다. 무인도는 2916개로 전체의 86%에 해당한다. 섬이 너무 많아 이름도 다 외울 수 없을 정도다. 위치를 찾으려면 지도를 꼼꼼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이들 섬을 모두 돌아보려면 매주 1곳씩 가더라도 족히 65년이 걸린다.

부산에는 45개의 섬이 있다. 하지만 경남은 다도해의 중심지답게 섬이 많다. 모두 552개의 섬이 옹기종기 바다를 수놓고 있는데, 이 중 유인도는 77개에 달한다. 경남도는 최근 천혜의 절경을 가진 남해안 섬들의 매력을 살리기 위해 특화된 ‘1섬 1테마’ 개발에 나선다고 밝혔다. 테마 섬 사업은 경남 지역의 많은 섬을 트레킹 명소, 휴양, 야간 관광 등 5개 주제별로 특화해 개발하는 사업이다. 경남도는 섬의 가치를 살리고, 섬의 정체성을 보전할 수 있는 이 특화 사업을 지렛대로 삼아 섬 주민들이 지속 가능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섬 관광 자원의 경쟁력 강화는 기본이다.

우리나라 섬들은 육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곤한 정책 속에서도 국토의 한 자락을 묵묵히 지켜왔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섬에 대한 지자체 차원의 관심과 정책 개발은 너무나 반갑다. 앞서 2015년 전남 신안군은 ‘가고 싶은 섬’ 사업을 통해 지역의 섬들을 관광 자원화해 주목받은 바 있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경남도가 1섬 1테마 개발을 계기로 지역의 섬들을 각기 매력을 뽐내는 입체적인 섬으로 만들어 나가길 기대해 본다.


정달식 논설위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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