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112년 만에 전직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에 도전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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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이 남길 이색 기록은

바이든은 82세, 트럼프는 78세
누가 당선돼도 최고령 기록 갱신
트럼프 승리 땐 ‘징검다리 집권’
역대 유례없는 8개월간의 대선

5일 미국 아칸소주의 한 유권자가 슈퍼화요일을 맞아 투표하고 있다. 이날 민주당과 공화당은 바이든과 트럼프를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했다. AFP연합뉴스 5일 미국 아칸소주의 한 유권자가 슈퍼화요일을 맞아 투표하고 있다. 이날 민주당과 공화당은 바이든과 트럼프를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했다. AFP연합뉴스

‘슈퍼화요일’ 경선을 거치면서 오는 11월 미국 대선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로 사실상 확정됐다. 이번 미국 대선은 누가 당선돼도 ‘이색 기록’을 남기게 된다.

■112년 만의 전·현직 재대결

우선 이번 대선은 1912년 이후 112년 만에 전직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에 도전하는 사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미국에서 두 번째로 연속이 아닌 징검다리로 재집권에 성공한 대통령이 된다.

미국에서 전직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의 재선을 막기 위해 도전한 사례는 1912년 이후 112년 만이다. 26대 대통령인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공화당을 탈당해 대선에 다시 출마하면서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이자 현직(27대) 대통령이었던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와 경쟁을 벌였다. 결국 공화당 표가 분열되면서 민주당 후보였던 우드로 윌슨(28대 대통령)이 어부지리로 승리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에 당선되면 클리블랜드 전 대통령 이후 132년 만에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징검다리’ 재집권에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록된다. 미국은 4년 임기가 아닌 인물을 기준으로 몇 대 대통령인지 순서를 부여한다.

그래서 바이든 대통령이 연임하게 될 경우 계속 46대 대통령으로 계속 남게 된다. 하지만 45대 대통령을 지낸 트럼프가 재집권하게 되면 새 임기가 시작돼 47대 대통령이 된다. 동일한 전·현직 대통령의 대결은 미국 역사상 두 번째다.

■미 역대 최고령 대통령 나온다

이번 대선의 주요 화두 중 하나로는 두 후보의 나이가 꼽힌다.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되면 82세에 새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78세였던 2021년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역대 최고령 미국 대통령이 됐는데, 재선에 성공하면 이 나이 기록을 스스로 경신하게 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당시와 마찬가지로 78세에 대통령직을 시작하게 된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이 11월 20일생, 트럼프 전 대통령이 6월 14일생이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7대 대통령에 취임하게 된다면 취임 시 나이가 약 5개월 더 많게 된다.

두 사람이 대통령이 되기 이전에 나이가 가장 많았던 대통령은 로널드 레이건으로, 1981년 첫 임기 개시 때 69세였다.

■8개월간 이어질 선거운동

이번 대선은 이례적으로 조기에 양당 후보가 사실상 확정되면서 오는 11월 5일 선거일까지 무려 8개월 동안 선거운동을 벌이게 됐다.

미국의 대선 경선은 통상적으로 1월 아이오와 코커스를 시작으로, 2월을 거친 뒤 15개 안팎의 주에서 프라이머리나 코커스를 동시에 실시하는 3월 첫 주의 ‘슈퍼화요일’을 거치며 우세 후보의 윤곽이 드러나는 구조이다. 그러나 보통 당내 경선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아 1970년대 이후엔 평균적으로 양당 대선 후보가 정해지기까지는 아이오와 코커스 이후 3∼4개월이 걸렸다.

그에 비해 이번 대선은 양당 후보가 사실상 확정되는 데까지 51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특히 전직 대통령인 트럼프의 정치적 존재감이 경선 시작 전부터 워낙 컸던 점이 유권자들에게 이번 대선 레이스를 더 길게 느끼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금까지 치러진 경선 가운데 워싱턴DC와 버몬트주 프라이머리에서 패배하긴 했지만, 연임에 도전하는 현직 대통령이 아니면서도 당내 경선에서 파죽지세로 이처럼 초기 경선을 압승해 온 사례는 미국 역사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달 말 관련 기사에서 “이번 대선이 두 후보에게 지구력 테스트”가 될 것이라며 “길고 지루한 싸움에서 어떻게 페이스를 조절하고 자금을 모금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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