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초’ 영화계… 영화 35편 중 여성 감독은 1편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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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위, ‘성인지 결산 보고서’
상업영화 여성감독 비율 최저
여성 ‘스테레오 타입’ 문제도

지난해 유일한 여성 감독의 국내 블록버스터 영화 ‘교섭’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해 유일한 여성 감독의 국내 블록버스터 영화 ‘교섭’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계가 극심한 ‘남초’ 현상을 겪고 있다. 지난해 극장에서 개봉한 제작비 30억 원 이상 영화 35편 중 여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는 1편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여성 캐릭터를 ‘스테레오 타입’으로 만든 작품도 전체 중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업계에선 “다양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23년 한국 영화 성인지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개봉한 예산 30억 원 이상 영화 35편 중 여성 감독이 제작한 영화는 1편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성 감독이 만든 유일한 영화는 임순례 감독의 ‘교섭’이 차지했다. 영진위는 2017년부터 해마다 한국 영화산업의 성평등 현황을 조사해 성인지 결산 보고서를 발표한다.

순제작비 30억 원 이상의 상업영화 중 여성 감독 비율은 집계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여성 감독의 비율은 2021년까지 10% 수준을 유지해 왔지만 2022년 8%로 하락한 후 올해 2.85%로 최저치를 보였다. 2021년에는 영화 17편 중 2편을 여성 감독이 제작했고, 2022년에는 36편 중 3편, 올해는 35편 중 1편으로 참여 비율은 점차 감소해 왔다. OTT 오리지널 영화 7편 중에서도 여성 감독은 한 명도 없었다.

영진위는 여성 인력이 저예산 독립·예술영화에서 활발한 참여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상업영화로의 진출은 가로막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통계가 남성 감독과 남성이 주연인 영화에 자본이 집중되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우려했다.

영진위 측은 “한정된 자원이 소수의 남성 감독과 주연에게 쏠리면서 여성 감독과 주연인 영화는 적게 만들어지고 배급 역시 제한적인 상황에 놓여있다”며 “이런 현상이 이어지면 여성이 감독을 맡거나 주연으로 활약한 영화의 흥행 결과에 대한 고정관념을 만드는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어 자원의 불평등한 분배 문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작품 속에서 여성 캐릭터를 ‘스테레오타입’으로 구현한 작품 비율도 최근 5년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스테레오타입 테스트 결과 지난해 흥행작 29편 중 13편(44.8%)이 여성 캐릭터를 스테레오타입으로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1년 7.1%, 2022년 39.3%에 비해 증가한 수치다. 이에 대해 영진위는 “남성 주연 영화에서 여성 등장인물들은 주변부에 머무는 양상을 보인다. 다양하고 입체적인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기 위해서는 여러 직종에 걸친 여성 창작자의 양적인 증가가 함께 이루어져 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하는 지점”이라고 평가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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