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용 방안도 없이 고향사랑기부금 모았단 말인가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 지역 기초지자체 정책 의지 미약
구체적 계획 세워 기금 사업 발굴해야

부산 사상구청이 2023년 1월 ‘고향사랑기부제’ 동참을 호소하는 행사를 구청 앞에서 진행한 모습. 사상구청 제공 부산 사상구청이 2023년 1월 ‘고향사랑기부제’ 동참을 호소하는 행사를 구청 앞에서 진행한 모습. 사상구청 제공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 2년 차를 맞았지만 부산 지역의 경우 기부금 활용 방안이 없는 기초지자체가 대부분인 것으로 드러났다. 건전한 기부 문화를 조성하고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가 고향사랑기부제다. 하지만 기부금이 고향에서 어떻게 쓰이는지도 모르는데 기부 문화가 활성화될 리 만무하다. ‘성공적인 안착’이라는 평가와 ‘기대 이하 실적’이라는 비관이 엇갈리는 지점도 바로 여기다. 당초의 취지와 달리 제도적 효과가 크지 않은 것도 기부금 사용처의 불투명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고향사랑기부제 ‘시즌2’의 성공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지난해 부산 지역 16개 구·군의 기부금 모금 현황을 보면, 사상구가 1억 6773만 원을 기록해 가장 많았고 중구가 2460만 원으로 가장 적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각 지역의 사정에 따라 모금액 격차가 최대 7배 가까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느낀다. 물론 기부 금액을 단순하게 비교한 뒤 제도의 성과와 실패 여부를 단정 짓는 건 성급하다. 인구 감소 지역이나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가 짧은 시간에 제도의 취지에 부합할 만큼 뚜렷한 성과를 거두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산 지역의 기부금 실태에서 드러나듯, 기초지자체가 정책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실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그중 가장 중요한 정책 의지가 기부금의 투명한 사용에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기부금이 어디에 사용되는지 제대로 알고 기부하는 기부자는 당연히 큰 자부심을 지닐 수밖에 없다. 지자체가 기부금 조성 규모를 확대하려 한다면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계획을 세워 기금 사업을 추진해 나가는 노력이 먼저다. 하지만 부산에는 사상구 외에 기금 사용 계획과 추진 사업을 제시한 지자체는 없는 형편이다. 1년 동안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대체 무얼 했는지 모를 일이다. 대부분 ‘주민 복리 증진’이라는 모호한 방침 말고는 별다른 활용 방안이 없는데 이래서는 곤란하다. 무엇보다 기부자와 지자체 간 신뢰가 걸린 문제가 아닌가.

구체적인 기금 추진 사업이 중요한 것은 일회성 지원을 넘어 지역경제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모금액이 저조하거나 마땅한 답례품이 없던 지자체도 기금 사업 발굴을 통해 반전을 노릴 만하다. 고향사랑기부제의 참여율과 활성화 속도를 높이는 길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렇게 되면 지역에 대한 지속적인 기부와 함께 그동안 미진했던 홍보 효과까지 높일 수 있다. 적극적인 의지가 뒷받침된 지자체의 추진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 아닐 수 없다. 정부도 온-오프라인 참여 방법 확대를 비롯해 세액공제 범위 상향 조정, 법인 기부 허용, 홍보 매체의 규제 개선 등 제도적 보완에 힘써야 할 것이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