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봄철 어선사고 빈발… 기후변화 반영한 예방책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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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전복·침몰 잇따라… 원인 오리무중
기상 이변 관련 살펴 안전 대책 세워야

14일 오전 4시 12분 욕지도 남방 4.6해리 해상에서 침몰한 부산선적 139t급 대형쌍끌이저인망어선 제105해진호에 타고 있다 구조된 선원 3명이 결국 숨졌다. 해경 구조대가 사고 현장에서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통영해양경찰서 제공 14일 오전 4시 12분 욕지도 남방 4.6해리 해상에서 침몰한 부산선적 139t급 대형쌍끌이저인망어선 제105해진호에 타고 있다 구조된 선원 3명이 결국 숨졌다. 해경 구조대가 사고 현장에서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통영해양경찰서 제공

봄철 성어기를 맞아 조업 중이던 선박이 전복되거나 침몰해 인명 피해로 이어지는 어선사고가 잇따르고 있어 주의와 대책이 시급하다. 경남 통영시 욕지도 인근에서 8일 밤 제주 선적 근해연승어선 제2해신호(20t)가 전복되면서 4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됐다. 이어 14일 새벽에는 근처 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부산 선적 쌍끌이저인망어선 제102해진호(139t)가 침몰해 3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 해경이 총력을 기울여 수색하고 있지만 제2해신호 실종 선원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또 인명 사고가 났으니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 아닐 수 없다. 선주와 선원의 각별한 주의와 관계 당국의 특별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연이은 어선사고가 발생한 통영 해역은 봄철 해난 사고에 각별히 조심해야 할 곳이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KOMSA)의 2018~2022년 통계를 보면 선박 충돌로 인한 사망·실종자 52명 중 18명(34.6%)이 봄철에 사고를 당했다. 특히 인명 피해 규모로 볼 때 통영 해상 사고가 전국에서 가장 피해가 컸다. 봄철은 일교차가 커 짙은 해무가 빈발하고, 어선과 낚싯배 외에도 여객선 운항까지 늘어나는 탓에 해상 혼잡도가 올라 사고에 취약해진다. 이밖에 안전 불감증이나 선령 노후화, 늑장 신고와 초동 대처 미흡 등 사고를 키우는 요인은 많다. 문제는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돌풍이나 너울성 파도 등 갑작스런 기상 이변까지 위험 요인으로 부상한 점이다.

제2해신호가 전복될 당시 사고 지역 풍속은 초속 13.8m, 파고는 최대 4.1m로 악천후였다. 이 때문에 해경은 순간적으로 치솟은 너울성 파도가 배를 뒤집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또 12일 오전 전남 여수시 남면 작도 인근 해상에서 장어잡이 어선(7t)이 전복됐는데 어부들은 “갑자기 선체가 45도 기울면서 전복됐다”고 진술했다. 사고의 원인이 ‘바다의 변덕’이라는 것인데, 면밀한 조사가 필요한 대목이다. 해경에 따르면 고기잡이 성수기에 들어간 3월 초에만 전국에서 40건의 크고 작은 어선사고가 발생했다. 주목할 점은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해난 사고가 잇따라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는 것이다.

제2해신호가 전복된 뒤 동료 선단선이 ‘정박 중’이라는 오보를 보내는 바람에 구조 골든타임을 놓친 대목은 쉬이 넘기기 어렵다. 선주와 선원 모두 경각심을 갖고 항법 수칙 준수를 다짐해야 할 테고 관계 당국도 계도와 단속을 강화해야 할 대목이다. 문제는 원인이 오리무중인 어선사고가 빈발하는 데 대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여수에서 전복 사고를 겪은 어부가 “이런 바다 변덕은 처음”이라고 혀를 내둘렀는데, 언제까지 어민들만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하는가. 해양수산부와 해경 등 관계 당국은 기존의 안전 대책에 안주하지 말고 최근 사고의 기상 이변 관련성을 잘 살펴 시대에 맞는 대책으로 보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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