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행사에만 의존하는 공간… 사람 붙들 매력이 없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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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봄 맞이 부산 북항공원 가 보니

랜드마크 등 집객 시설 조성 지연
먹고 놀려면 부산역까지 가야 해
지자체 이벤트 외엔 콘텐츠 없어
축제 때 5만 방문객 잠재력 무색
공간 활용 기획 조직 마련 등 시급

지난해 11월 말 개방한 부산항 북항 재개발 1단계 친수공원이 올봄 본격적으로 시민 맞이에 나선다. 친수공원 일대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지난해 11월 말 개방한 부산항 북항 재개발 1단계 친수공원이 올봄 본격적으로 시민 맞이에 나선다. 친수공원 일대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17일 낮 12시 부산항 북항 친수공원 잔디광장. 이날 부산은 낮 최고기온 19도를 넘으며 완연한 봄 날씨를 자랑했다. 지난해 11월 개장한 북항 친수공원에는 부산역과 이어진 상부 덱을 통해 시민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한 노부부는 휠체어를 끌며 잔잔한 수로를 돌았으며, 킥보드를 탄 남매는 강아지와 ‘빨리 가기 시합’을 벌이기도 했다. ‘BUSAN PORT(부산항)’ 알파벳 조형물이나 수로 다리를 배경 삼아 인증샷을 찍는 방문객도 많았다.

그러나 시민들은 공원 환경이 쾌적하다면서도 정작 즐길 거리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주말을 맞아 두 자녀와 함께 북항 친수공원을 처음 찾았다는 김명선(42·부산 해운대구) 씨는 “공원 안에 간식이나 커피 한 잔 사 먹을 곳 없어 수백 m 떨어진 부산역에서 가져와야 한다”면서 “볼거리나 놀거리가 딱히 없어 공원만 한 바퀴 둘러본 뒤 자리를 뜰 생각”이라고 말했다.

■단편 행사나 축제에 의존

봄·가을에 나들이객이 몰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북항 친수공원의 ‘진짜 개장’은 올봄이다. 그러나 부산항 재개발로 만든 역사적인 공간임에도 특별한 콘텐츠 없이 지자체 차원의 단편 행사만 마련된 상황이다.

부산문화관광축제조직위원회(축조위)에 따르면 올 6월 1일부터 이틀간 북항 친수공원에서 ‘제17회 부산항축제’를 연다. 축조위는 친수공원 내 수로를 활용한 보트 체험과 드론 라이트쇼, 불꽃쇼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관할 지자체인 부산 동구청도 올 상반기 북항 친수공원에서 △종이비행기 페스티벌(4월 27일) △스탠드업 패들보드(SUP) 레이스(5월 24~26일) △드론아트쇼(6월 1일)를 개최할 예정이다.

하지만 길어야 사흘 정도인 행사 기간을 제외하면 사실상 북항 친수공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항 친수공원은 도심 내 보기 힘든 대규모 ‘오션 공원’인데다 접근성이 좋아 적절한 콘텐츠만 뒷받침된다면 집객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실제 지난해 부산항축제 때 운영한 보트 체험은 현장 티켓이 동날 정도로 흥행했다. 공원 바로 옆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주차장에 설치된 푸드트럭에도 대기 줄이 길게 늘어지기도 했다. 축조위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항축제 방문객만 5만 5000여 명에 달했다.

공원 옆에 마련된 ‘부산항 힐링 야영장’도 주말마다 캠핑족들로 성황을 이룬다. 힐링 야영장은 ‘오토사이트’ 16면과 일반 텐트를 설치하는 ‘덱’ 24면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미 토요일은 4월 말까지 예약이 찬 상태다.

■유휴 공간 활용 방안 찾아야

북항 친수공원은 인근에 조성될 랜드마크 시설, 오페라하우스, 마리나 등을 홍보하고 잔여 사업의 동력을 키우는 데도 중요하다. 더불어 굵직한 시설이 조성되기까지 최소 2~3년이 걸리는 만큼 공원 내 최소한의 먹거리, 즐길 거리가 필요하다. 랜드마크 개발은 아직 사업자 입찰 단계에 불과하며, 오페라하우스 사업도 지연돼 2027년 개관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유휴 공간에 돗자리 대여와 그늘 공간 조성으로 ‘피크닉존’을 만들거나, 브랜드 카페와 제휴해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는 방안 등을 거론한다.

로컬바이로컬 홍순연 대표는 “‘크리에이터존’을 만들어 지역 예술가들이 다양한 활동을 제약 없이 할 수 있게 하거나, 플리마켓을 여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싸이트브랜딩이 주최하고 동구청이 주관한 ‘2030 북항 활성화를 위한 시민 해커톤’에서도 다양한 아이디어가 제시됐다. 수상작들이 제안한 프로그램에는 △K팝 관련 팝업스토어, 플리마켓, 체험부스 운영 △항만을 상징하는 크레인 설치 △폐 컨테이너를 활용한 레스토랑 조성 △시내버스와 연계한 오션뷰, 부산항대교뷰 투어 등이 있었다.

■콘텐츠 전담할 총괄 조직 필요

북항 친수공원의 콘텐츠를 전담할 별도 조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올해 잔여 부지가 개발돼 활용할 수 있는 유휴 공간이 더 늘어나는 데다, 인근 시설들이 하나둘 자리를 잡으면 콘텐츠 중복 문제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이 원하는 콘텐츠와 관련 후기를 취합해 개선 방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공원을 맡고 있는 부산시설공단은 시설 관리에 업무가 집중돼 있다. 결국 부산시와 기초지자체의 행사나 축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싸이트플래닝 한영숙 대표는 “친수공원뿐 아니라 마리나 센터, 오페라하우스, 레포츠 시설, 선형 공원 등을 통합 운영하며 콘텐츠를 만드는 조직이 필요하다”면서 “대규모 개발이라 빈 땅은 있을 수밖에 없는데 이를 어떻게 운영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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