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대표 연극 ‘룸메이트’, 웃다 보면 슬프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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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7일까지 광안리서 열려
꿈 찾아 상경한 청년들 이야기
연말까지 시리즈 전 편 공연

연극 '룸메이트 : 페널티 킥' 공연 장면. 예술은공유다 제공 연극 '룸메이트 : 페널티 킥' 공연 장면. 예술은공유다 제공

지역 청년들의 눈물겨운 상경기를 다룬 연극 ‘룸메이트’가 광안리 어댑터플레이스 소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특히 올해에는 부산, 서울을 오가며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룸메이트’ 시리즈의 전 편을 만날 수 있어 기대를 모은다.

한가득 부푼 꿈을 안고 서울을 찾은 청년 3명의 눈앞에 놓인 현실은 팍팍하기 그지없다. 월세, 도시가스비, 학원비 등 내야 할 돈은 넘쳐나지만 이렇다 할 수입이 없어 근근이 생계를 이어나간다. 허기를 채우는 데 급급한 청년들은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좁은 원룸에서 한 가족이 되기로 결심했지만, 라면 끓이는 방식을 두고 싸울 만큼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매일 체감한다.

연극 ‘룸메이트 : 페널티 킥’은 배우 지망생 규진과 국가고시를 준비하는 승환, 승민이 우여곡절을 겪으며 함께 사는 이야기를 다룬 연극이다. 생계비를 마련하기 위해 전 재산을 털어 스포츠 도박에 손을 댄 규진과 이 사실을 알게 된 두 친구 사이에서 벌어지는 소동을 유쾌하면서도 짠하게 그려냈다.

부산에서 활동 중인 청년 작가이자 배우인 백규진 씨가 각본을 맡은 작품으로, 약 1시간 30분간 이어지는 공연에는 일자리, 주거 문제, 지역 인재 유출 등 청년이 직면한 사회 문제가 녹아있다. 그래서인지 깔깔거리며 공연을 보고 나면 왠지 모르게 뒷맛이 씁쓸하다.

연극 ‘룸메이트 : 페널티 킥’은 절묘한 타이밍의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축구 경기를 소재로 한 이 작품은 실제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의 축구 경기 영상을 토대로 극의 흐름이 전개된다. 배우들은 TV 속에서 중계되는 축구 경기의 진행 과정에 따라 환호를 지르거나 화를 내며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밥솥에서 밥이 지어지는 시간이나 TV 광고 등 자로 잰 듯 정확히 들어맞는 ‘타이밍’을 맞추며 대사를 이어가는 배우들의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실제 자취방을 방불케 하는 무대 연출도 몰입감을 높이는 요소다. 방 한쪽에 쌓여있는 빈 소주병, 제멋대로 걸린 옷가지,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들이 그들의 처지를 시각적으로 잘 보여준다. “원래 나침반도 흔들리면서 방향을 잡는 거야”라며 친구를 응원하는 말이나 주택청약, 아르바이트 등 청년의 현실을 세심하게 담아낸 대사도 인상적이다.

부산에서 활동 중인 청년극단 ‘아이컨택’과 ‘예술은공유다’가 공동으로 기획한 연극 ‘룸메이트’는 총 3부작으로 제작된 시리즈물이다. 1편인 ‘룸메이트 : 페널티 킥’이 남성 친구 세 명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뤘다면 2편인 ‘룸메이트 : 스파이크’는 여성 청년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3편은 남녀가 모두 등장하는 버전으로 구성됐다. ‘하이퍼 리얼리즘 코미디’를 표방하는 이번 작품은 부산에서 시작해 서울에서도 인기를 끌며 여러 차례 공연을 진행했다. 2020년 처음 선보인 이 공연은 부산 작강연극제 대상(2020), 부산연극제 우수연출상(2023) 등을 수상했다.

부산 수영구 광안리에 마련된 소극장인 어댑터플레이스에서는 올해 ‘룸메이트’ 시리즈의 전 편 연속 공연이 열린다. 그 첫 번째로 ‘룸메이트 : 페널티 킥’ 공연이 다음 달 7일까지 진행된다. 다음 달 19일부터 5월 26일까지는 ‘룸메이트 : 스파이크’를 무대에서 만날 수 있다. 시리즈의 세 번째 공연은 오는 12월 예정돼 있다. 약 한 달간 이어지는 장기 공연에 더해 시리즈 전 편을 연속으로 공연하는 것은 지역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공연 방식이다.

‘룸메이트 : 페널티 킥’ 공연은 다음 달 7일까지 평일 오후 7시 30분, 주말 오후 2시, 오후 5시에 진행된다. 공연 티켓은 네이버 예약이나 어댑터플레이스 홈페이지에서 예매할 수 있다. 예술은공유다 심문섭 대표는 “지역에서 보기 드문 공동제작·장기 공연 방식으로 시리즈마다의 다른 매력을 지닌 작품과 배우를 목격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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