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건설사들 “부산도시공사는 우리 호소 외면 말라”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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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등 공사비 공공 보전 여부 관련
공사 개최 민관 합동 사업 협의체
대기업 외 지역 업체 참여도 못 해
지역사 참여 확대 요청 공문 보내
벼랑 끝 몰린 업체 실태 호소 나서

민관합동 사업에 참여해 ‘공사비 폭탄’을 맞은 지역 건설사들이 부산도시공사의 전향적 태도를 호소하고 있다. 부산 강서구 e편한세상 에코델타센터포인트 공사현장. 정대현 기자 jhyun@ 민관합동 사업에 참여해 ‘공사비 폭탄’을 맞은 지역 건설사들이 부산도시공사의 전향적 태도를 호소하고 있다. 부산 강서구 e편한세상 에코델타센터포인트 공사현장. 정대현 기자 jhyun@
부산도시공사 건물 전경. 정대현 기자 jhyun@ 부산도시공사 건물 전경. 정대현 기자 jhyun@

민관합동 사업에 참여했다가 ‘공사비 폭탄’을 맞은 부산 지역 건설사들(부산일보 3월 6일 자 1면 등 보도)이 부산도시공사의 전향적 태도를 호소하고 있다. 협의체 참석 대상을 건설 대기업으로 국한하면 지역 업체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며, 협의체 참여 확대를 요청하기도 했다.

19일 지역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부산도시공사는 지난 15일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 물가변동 관련 협의체’를 개최했다. 민관합동 사업에 참여 중인 지역 건설사 14곳은 이 협의체에 자신들도 참여하게 해달라며 제각기 대표이사 서명을 받은 요청서를 공사에 제출했다.

이는 부산도시공사가 협의체 참석 대상을 ‘주관사 담당자 1인’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해당 사업지의 지분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업체가 참석 대상이 되는데, 이는 대부분 1군 건설사다. 부산의 한 건설사 임원은 “공사비 인상 문제로 컨소시엄 내부에서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우리 업체의 경우도 주관사인 대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공사비 인상을 요구해 채권 양도·양수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며 “지역 업체들의 절박한 사정을 건설 대기업이 공사에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업체 관계자는 “1군 건설사 입장에서는 감당할 수 있는 손해일지 몰라도, 지역 업체는 폐업을 고민할 정도로 치명적 손실”이라며 “도시공사가 지역 업체 목소리를 들으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날 정식 회의는 부산도시공사와 주관사 관계자로만 진행됐다. 지역 업체 관계자들은 요청서를 들고 회의가 끝날 때까지 기다린 뒤, 공사 담당자들과 별도의 미팅을 갖는 데 만족해야만 했다. 부산도시공사 관계자는 “국토교통부 지침 자체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는 과정이기에 소통 창구를 간추리고자 했다”며 “추후 사업장별로 구체적인 협의가 이뤄진다면 컨소시엄에 포함된 지역 업체들도 당연히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와 미팅은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일단락됐다. 가장 큰 걸림돌은 주거 복지를 위해 써야 할 돈을 특정 업체들에게 줬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배임의 우려다. 부산도시공사는 여전히 배임 소지가 해소되지 않았다며 구체적인 공사비 인상 비율 등을 언급하지 않았다. 현재 감사원이 공사비 보전이 배임에 해당하는지 검토하고 있는데, 감사원의 판단이 나와야 실질적 협의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행정안전부도 공사의 손실액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제외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국토부는 ‘민관참여 공공주택사업 추가 조정안’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부산, 경기 등 지방도시공사에 하달했다. 민관합동 사업의 공사비 상승분 중 50~100%를 공공이 부담하는 것으로 업체들과 협의하라는 것이 골자다. 국토부는 지난해부터 건설사들의 탄원을 접수해 조정에 나서고 있는데, 구체적인 비율을 포함한 조정안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산도시공사는 오는 29일까지 건설사들과의 협의 내용을 국토부 조정위원회에 회신해야 한다.

건설업계는 최근 2~3년간 공사비가 급증해 부산 지역 민관합동 사업지 7곳에서 최소 1820억 원의 순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 사업지에서 처음 계약을 맺을 때 예상한 물가 상승률은 대체로 3~4%였지만, 참여 업체들은 그동안 물가가 30% 이상 올랐다고 입을 모은다.

부산의 한 건설업체 임원은 “‘건설업계 4월 위기설’과 맞물리며 지역에서도 중소 업체 몇 곳은 폐업이 가시화되는 것 아니냐고 할 정도로 업계가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며 “국토부가 지침을 내린 사항인데 배임을 걱정하는 도시공사가 이해되지 않는다. 지역 업체들을 위해 전향적인 자세로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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