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매화·벽화에 홀리고 달콤한 열대과일 향에 반하고

남태우 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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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성군·달서구 하루 봄나들이]

남평문씨 대대로 살아온 본리세거지
문익점 좌상 주변 매화‧목화밭 화사
어디서 사진 찍더라도 훌륭한 한 컷

TV 등장 인기 얻은 마비정 벽화마을
볏짚 지붕과 색 바랜 그림 묘한 조화

대구수목원 노란 개나리‧수선화 활짝
열대과일원엔 바나나·레몬 향기 상큼

겨울이 끝났다는 걸 알리는 비가 한두 차례 내리더니 기온이 꽤 높아졌다. 4월을 눈앞에 둔 세상은 이제 완전히 봄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새 계절의 향기를 즐기기 위해 봄나들이에 나섰다. 대구 달성군과 달서구에서 고택과 매화, 초가집과 벽화 그리고 수목원과 야생화를 만나고 왔다.

한 가족이 남평문씨본리세거지 공원에 활짝 핀 매화 등 각종 꽃을 보면서 즐거워하고 있다. 남태우 기자 한 가족이 남평문씨본리세거지 공원에 활짝 핀 매화 등 각종 꽃을 보면서 즐거워하고 있다. 남태우 기자

■남평문씨본리세거지

남평문씨본리세거지는 한반도에 목화를 도입해 대량 재배에 성공한 문익점의 후손이 대대로 살던 곳이다. ‘본리’는 행정구역명이며 ‘세거지’는 오랫동안 살아온 곳을 의미한다. 이곳은 2016년 드라마 ‘달의 연인’을 통해 우아한 고택과 주변의 아름다운 목화, 매화가 널리 알려져 특히 유명해졌다.

세거지는 문익점과 관련 있는 곳이어서 입구에는 대형 문익점 좌상이 설치됐다. 좌상을 중심으로 뒤쪽은 고택과 목화밭, 왼쪽은 연못, 오른쪽은 매화밭이다.


남평문씨세거지 문익점 좌상 뒤로 매화가 활짝 피어 화사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남태우 기자 남평문씨세거지 문익점 좌상 뒤로 매화가 활짝 피어 화사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남태우 기자

주말이면 길이 막힐 정도로 세거지에 많은 사람이 몰리는 이유는 아름다운 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좌상과 매화밭이 함께 들어오는 사진을 찍으면 그야말로 명장면이다. 또 세거지를 배경으로 삼아 목화밭을 찍어도 훌륭한 풍경사진이 된다. 하이라이트는 홍매화와 백매화가 어우러진 매화밭이다. 만개한 매화가 훌륭한 배경이 돼 주기 때문에 어디에서 찍더라도 ‘인생샷’이 완성된다.

여행객들이 남평문씨본리세거지 목화밭과 매화밭 사이를 거닐고 있다. 남태우 기자 여행객들이 남평문씨본리세거지 목화밭과 매화밭 사이를 거닐고 있다. 남태우 기자

충분히 사진을 찍었다면 세거지를 한 바퀴 둘러볼 차례다. 고택 안에는 아무 때나 들어갈 수는 없고 문화해설사에게 미리 문의하면 안내를 들으며 살펴볼 수 있다. 일단 문익점 좌상을 중심으로 오른쪽 매화밭을 지나 세거지 담장과 골목길을 따라 한 바퀴 돌아본다.

여행객들이 남평문씨본리세거지에서 고택과 매화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남태우 기자 여행객들이 남평문씨본리세거지에서 고택과 매화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남태우 기자

세거지 주변 논밭에는 봄을 알리는 풀과 야생화가 하나둘씩 머리를 내민다. 흙담장으로 둘러싸인 골목길 안에는 아직 떠나기 싫어하는 겨울마저 따스한 햇살을 즐기고 있다. 키가 큰 나무들이 세거지 곳곳에 우뚝 서 즐거워하는 여행객에게 미소를 보인다. 수령 100년을 넘은 보호수인 소나무와 회화나무의 높이에서 세거지의 깊은 역사를 짐작할 수 있다.

남평문씨본리세거지 고택을 배경으로 하는 연못은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남태우 기자 남평문씨본리세거지 고택을 배경으로 하는 연못은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남태우 기자

매화밭, 목화밭, 세거지를 한 바퀴 둘러본 뒤 연못으로 자리를 옮긴다. 연못 한가운데에는 소나무 두 그루가 자라고 있다. 고택과 연못 그리고 두 소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을 한 장 찍어도 좋은 그림이 된다. 하지만 연못은 사진보다는 주변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따스한 봄 햇살을 즐기는 게 더 제격이다. 집에서 미리 내려온 드립커피 한 잔을 천천히 마신다. 코를 간질이는 게 커피 향인지 봄의 내음인지 헷갈릴 즈음 춘곤증마저 느껴진다. 확실히 봄은 봄이다.


■마비정 벽화마을

남평문씨본리세거지에서 자동차로 천천히 5~6분 정도 달리면 마비정 벽화마을이 나타난다. 2013년 ‘런닝맨’, 2020년 ‘동네 한 바퀴’에 등장해 유명세를 얻은 마을이다. 담장에 대충 그림만 그린 다른 벽화마을과는 달리 동네 전체가 그림에 파묻혀 벽화와 어우러진 곳이어서 신기한 분위기를 주는 공간이다.

여행객들이 마비정 벽화마을을 둘러보고 있다. 남태우 기자 여행객들이 마비정 벽화마을을 둘러보고 있다. 남태우 기자

벽화마을 입구에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모티브를 얻은 벽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가 그려졌다. 마을을 찾은 사람은 너 나 할 것 없이 벽화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바로 위 공터에서는 동네 어르신들이 모여 잔파를 다듬는다. 한 남성 어르신은 무얼 그리 잘못했는지 다른 여성 어르신에게서 잔소리를 듣는다. 괴롭히려는 게 아니라 동네 사람으로서의 정이 담긴 잔소리다.

마비정 벽화마을 어르신들이 잔파를 다듬고 있다. 남태우 기자 마비정 벽화마을 어르신들이 잔파를 다듬고 있다. 남태우 기자

초가집의 노란 벽에는 소나무 고목과 하트, 그리고 낡은 창살이 그려졌다. 노란 볏짚 지붕과 색이 바랜 벽화가 절묘하게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든다. 다른 초가집 벽과 담장에는 곶감과 항아리가 담겼다. 인근 마비정마을회관 담장 그림에서는 개구쟁이들이 신나게 놀이를 즐긴다. 농촌체험전시장의 나무 담장에는 펌프와 물장수 지게가 그려졌다. 지게를 지는 척하거나 펌프 손잡이를 누르는 척하면서 재미있는 사진을 찍는 장소다. 마을 곳곳의 담장에는 노란 금잔화가 수줍게 머리를 내미는 중이다.

마비정 벽화마을 농촌체험전시장 담장에 그려진 그림. 남태우 기자 마비정 벽화마을 농촌체험전시장 담장에 그려진 그림. 남태우 기자

■대구수목원

부산으로 돌아오는 길에 대구수목원에 들렀다. 자동차로 남평문씨본리세거지에서 3~4분, 마비정 벽화마을에서 9~10분 걸리는 곳이다. 두 곳과는 다른 분위기에서 봄기운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기대했던 대로 대구수목원에는 봄의 향기가 흘러넘친다. 곳곳에서 파릇한 풀이 피어나고 노란 개나리는 환한 미소로 만개해 화사한 햇살을 만끽한다. 많은 사람이 점퍼를 벗어던지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산책하는 중이다.

두 어르신이 개나리와 매화가 핀 대구수목원 안에서 산책을 즐기고 있다. 남태우 기자 두 어르신이 개나리와 매화가 핀 대구수목원 안에서 산책을 즐기고 있다. 남태우 기자

선인장‧다육식물원에는 분홍색 제라늄과 부겐빌레아가 활짝 피어 선인장으로 가득 찬 실내 공간을 환하게 빛낸다. 산책하러 나온 노부부는 식물원 앞에 활짝 핀 하얀 매화와 노란 개나리를 연이어 바라보며 얼굴에 환한 미소를 담는다. 식물원 앞의 분재원 앞에는 뒤집어놓은 항아리를 배경으로 매화가 하얗게 피었다. 산책객들은 뜻밖의 풍경을 발견하고 사진을 찍느라 분주하다.

파란 잔디가 하나둘씩 머리를 내미는 잔디광장 맞은편 화목원에서는 노란 수선화가 활짝 피었다. 그렇지 않아도 올봄에는 수선화를 구경하러 갈 생각도 했는데 뜻하지 않게 대구에서 만나게 됐다.

산책객들이 대구수목원 열대과일원에 매달린 바나나 사이를 걷고 있다. 남태우 기자 산책객들이 대구수목원 열대과일원에 매달린 바나나 사이를 걷고 있다. 남태우 기자

대구수목원 중앙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이색적인 시설이 나온다. 바로 바나나, 멜론 등 열대과일이 주렁주렁 매달린 열대과일원이다. 지금 과일이 열렸는지 궁금했는데, 입구 쪽에 새파란 바나나가 줄기째 주렁주렁 달렸다. 카사바 등 여러 식물 사이로 파파야 열매가 보이더니 과일원 끝부분을 돌아서자 만백유, 레몬 등 연노란색 과일 수십 개가 상큼한 향기를 풍긴다.

여성 관람객이 대구수목원 열대과일원에 매달린 다양한 과일 사진을 찍고 있다. 남태우 기자 여성 관람객이 대구수목원 열대과일원에 매달린 다양한 과일 사진을 찍고 있다. 남태우 기자

손을 내밀어 눈앞에 매달린 과일 하나를 따 먹고 싶다는 충동을 누르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신기한 마음과 아쉬운 심정을 함께 남긴 채 대구수목원 산책을 마치고 주차장으로 돌아간다.





남태우 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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