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대 교수들 사직 현실화… 의·정 대화 물꼬가 급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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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생명 볼모 파업 ‘집단 이기주의’
정부, 명분 제시해 의료 대란 막아야

25일 오전 서울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에서 열린 ‘고려대학교 의료원 교수 총회’에서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오전 서울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에서 열린 ‘고려대학교 의료원 교수 총회’에서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서 제출이 현실화되고 있다. 정부가 24일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을 늦추고 의사들과 대화에 나설 방침을 밝혔지만, 부산대, 인제대 등이 참가한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2000명 의대 증원 철회’를 선결 조건으로 제시하면서, “25일 사직서를 제출하고, 수련병원과 소속 대학을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외래진료, 수술, 입원진료를 주 52시간으로 줄이고, 다음 달 1일부터 중증·응급환자 치료만 할 방침이라고 한다. 의대 교수들이 당장 의료 현장을 떠나는 것은 아니겠지만, 환자와 가족들의 불안감은 극심해지고 있다.

26일부터 전공의 90% 이상인 1만여 명에게 면허정지 처분을 내릴 방침이던 정부는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이탈 전공의들을 상대로 한 면허정지를 당과 협의해 유연하게 처리하라”면서 “의료인과 건설적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를 추진해 달라”고 요청했다. 극한으로 치닫던 대결 국면에서 정부의 유화 제스처로 대화의 물꼬가 트일 가능성도 엿보인다. 하지만, 이미 ‘2000명 증원’을 불가역적인 사항으로 발표한 정부와 ‘2000명 증원 백지화’를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운 의료계 사이의 입장 차이가 커서 양측이 협상 테이블에 앉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단국대병원 이미정 교수가 “아픈 환자를 버려두고 병원을 나서는 순간, 우리는 국민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국민과 우리 스스로에게 지는 것”이라고 밝힌 기고문이 국민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이 교수의 글처럼 의료계가 본연의 자세로 돌아갈 것을 촉구한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대병원 안과 40대 교수가 24일 자택에서 뇌출혈로 숨진 채 발견됐다고 한다. 그의 사망이 업무와 관련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수술 보조와 당직 업무를 하던 전공의 10명 전원이 한꺼번에 이탈하면서, 남은 교수들이 응급환자 수술과 외래진료, 당직까지 서면서 ‘한계’에 이르렀다고 토로할 정도라고 한다. 더 이상 불행한 일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도 의·정 대화가 시급하다.

의료계는 집단행동을 멈추고 정부와 대화에 나서야 한다. 지금이 의료계가 정부와 실질적 대화를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정부는 의사를 이기지 못한다’는 식으로 버티는 건 집단 이기주의로 비칠 뿐이다. 이 순간에도 대형 수술을 앞둔 중환자들은 불안과 고통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어떤 경우라도 의사가 응급의료와 암 수술 등 ‘국민의 생명권’을 볼모로 삼아 투쟁해서는 안 된다. 정부도 의료 대란 방지와 갈등 해결이 정부의 책무임을 명심하고, 의사들이 복귀할 수 있는 명분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와 의사들은 국민의 생명이 최우선이라는 전제 조건을 잊지 말고 끝까지 타협점을 모색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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