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중춤·영남춤의 새로운 해석… ‘학’이 날아오른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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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부산국악원 무용단 신작
29·30일 연악당서 정기 공연
복미경 예술감독 부임 후 첫선
학 소재·풍류정신 합설로 풀어

국립부산국악원 무용단이 오는 29~30일 국립부산국악원 연악당에서 2024 정기 공연 신작 ‘학(鶴)-상생과 평화의 영남춤 합설'을 선보인다. 사진은 무용단 연습 모습. 국립부산국악원 제공 국립부산국악원 무용단이 오는 29~30일 국립부산국악원 연악당에서 2024 정기 공연 신작 ‘학(鶴)-상생과 평화의 영남춤 합설'을 선보인다. 사진은 무용단 연습 모습. 국립부산국악원 제공
국립부산국악원 무용단 ‘학' 연습 모습. 국립부산국악원 제공 국립부산국악원 무용단 ‘학' 연습 모습. 국립부산국악원 제공

“드디어 멋진 ‘학’으로 힘차게 날아오를 시간입니다. 부산에서 선보이는 첫 안무작인 만큼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걸로 선택했습니다.”

지난해 7월 국립부산국악원 무용단에 부임한 복미경 예술감독의 자신감에 찬 목소리다. 29~30일 국립부산국악원 연악당 무대에 오르는 정기 공연 작품 ‘학(鶴)-상생과 평화의 영남춤 합설’에 대해 들려주면서 한 말이기도 하다.

복 예술감독에 따르면 신작 ‘학’은 궁중정재(궁중에서 추던 악가무 종합예술) 형식 안에 영남춤의 개성을 담아 새롭게 해석한 영남춤 합설이다. ‘전통춤 속에서 선조들이 담고 싶었던 학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라는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한 과정으로, 학이 지닌 상징성과 그 정신세계를 현대적 미감으로 풀어내고자 한 창작춤이다.

합설(合設)이란 말뜻이 잘 와닿지 않아 어떤 의미인지 재차 물었더니 복 예술감독은 “합설은 ‘학연화대처용무합설’에서 가져온 것”이라면서 “이것은 학무, 연화대, 처용무를 잇달아 공연하는 향악정재의 하나인데, 조선 초기 궁중에서는 12월 그믐날 하루 전에 잡귀를 쫓기 위해 나례라는 의식을 베풀었고, 이 의식 뒤에 연출하는 종합 무악”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지역성을 살리기 위해 사찰이 많은 영남권에서 많이 추던 바라춤을 비롯해 동래한량춤과 동래학춤, 고성오광대, 진주검무 등도 녹여낸다”고 덧붙였다.

정리하자면, 이번 작품은 학을 소재로 하고, 풍류정신을 주제로 하여 합설이라는 양식으로 펼친다. 단순한 레퍼토리의 나열이 아니라 이질적인 것을 하나로 아우르는 미학을 담고자 노력했다고 한다. 복 예술감독은 학연화대처용무합설 이수자로서 30년 넘게 이 춤에 매진해 왔다.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라는 의미다.

그는 또 학이 자연의 질서 속에서 조화로운 삶을 영위하다가 인간의 욕망으로 인해 그 생명이 위태롭게 되고, 멸종의 단계에 이르는 과정은 우리네 삶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봤다. 이재환 연출도 “이번 공연에서 합설의 의미는 학과 인간 그리고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은 연계돼 서로가 서로에게 있어서 소중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국립부산국악원 무용단 ‘학' 연습 모습. 국립부산국악원 제공 국립부산국악원 무용단 ‘학' 연습 모습. 국립부산국악원 제공
국립부산국악원 무용단 ‘학' 연습 모습. 국립부산국악원 제공 국립부산국악원 무용단 ‘학' 연습 모습. 국립부산국악원 제공

작품은 서막 ‘세상을 여는’ 학으로 시작해 ‘입학(서 있는 학)’, ‘현학(바람과 학)’, ‘폐학(세상에 갇힌 학)’, ‘피학(길을 잃은 학)’, ‘학명(벗을 부르는 학)’, ‘합설(상생과 염원의 씻김)’ 등 총 6장을 거쳐 종막 ‘학립(꽃을 물고 온 세상)’으로 마무리한다.

무대미술은 궁중춤 형식이 지닌 미장센 안에 다양한 전통춤의 개성을 담아내기 위해 심플하게 꾸민다. 족자를 여러 개 펼쳐놓은 듯 춤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의상은 학의 형태적 상징성을 넘어 인간과 학이 공존하는 아름다움을 담아낸다. 영상은 점묘화 기법으로 몽환적이면서도 강렬한 리얼리즘으로 무한한 상상력을 배가시키고, 세련된 조명이 더해질 예정이다.


국립부산국악원 2024 무용단 정기 공연 ‘학’ 포스터. 국립부산국악원 2024 무용단 정기 공연 ‘학’ 포스터.

이번 공연은 협력안무 강미리(한국춤) 부산대 교수를 비롯해 연출 이재환, 대본 박희준, 음악감독 신현식, 작곡 정송희, 조명디자인 김철희, 무대디자인 황경호, 의상디자인 민천홍, 영상디자인 황정남 등 전문 제작진과 국립부산국악원 무용단, 앙상블 시나위(대표 신현식) 등 40여 명이 함께했다. 특별 출연하는 김덕수(장구) 명인은 4장 ‘피학’에서 솔로 연주가 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제1 타악 주자로서 장단을 잡는다.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궁중학은 평단원인 김여운이 캐스팅됐다. ▶29일 오후 7시 30분, 30일 오후 3시 국립부산국악원 연악당. 관람료 S석 2만 원, A석 1만 원. 문의 051-811-0114.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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