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사고 발생 건설사 명단 발표’ 슬그머니 중단…국토부 “법적 근거없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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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기별 상위 100대 건설사 등 발표
공지없이 작년 3분기 후 발표 중단
건설사 “당초 망신주기 용도 아닌가”

국토교통부가 그동안 매 분기별 건설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한 상위 100대 건설사 등을 발표해 왔으나 아무런 공지도 없이 이를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이미지투데이 국토교통부가 그동안 매 분기별 건설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한 상위 100대 건설사 등을 발표해 왔으나 아무런 공지도 없이 이를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이미지투데이

국토교통부가 그동안 매 분기별 건설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한 상위 100대 건설사 등을 발표해 왔으나 아무런 공지도 없이 이를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분기까지 국토부는 분기별 사망사고 발생 상위 100대 건설사, 하도급사, 공공공사 등에 대해 발표해왔다. 그러나 사망사고가 발생한 건설사 명단을 공개할 법적 근거가 없고, 사고마다 상황이 다른데 일률적으로 사망사고로 분류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건설현장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 2019년부터 사망사고가 발생한 건설사 명단을 공개했으며, 2020년부터는 이를 정례화해 분기별로 사망사고가 발생한 건설사와 발주청, 지자체 명단과 숫자를 공개해왔다.

가장 마지막 발표는 지난해 10월 30일의 ‘2023년 3분기’ 명단이다. 당시 국토부는 지난해 7∼9월 건설사고로 총 65명이 사망했으며 이 중 100대 건설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14개사 20명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토부는 자체 결정에 따라 지난해 4분기부터 사고 현황을 발표하지 않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특정 건설사의 사망사고 숫자를 발표할 법적 근거가 없는데도 그간 건설사의 협조를 구해서 발표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건설사고 현장이 많으면 그만큼 사고 발생 가능성이 크고, 사망사고가 건설사 책임인지 근로자 본인 문제인지도 봐야 하는데 이를 건설사가 잘못했다고 발표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과거 국토부가 건설사고 사망자 숫자가 감소했다고 발표하면서 건설사 명단 공개의 효과가 있었다고 밝힌 것과 대치된다.

국토부는 2020년 1월 사고없는 안전일터를 만들겠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발표하면서 “사망사고 발생 건설사 명단 공개 등 다양한 대책을 추진한 결과, 2019년 건설현장 사고 사망자 수가 57명으로 1999년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저치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특히 건설현장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각종 제도 개선과 함께 계도 조치를 해온 정부의 그간 정책 방향과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건설사들은 통계 발표 중단을 반기는 분위기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 잘못이 아니고 조사가 필요한 사안인데도 일단 사망으로 집계해 발표하는 일도 있어 업계에서는 불만이 많았다”고 말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망신주기 용도 아니었느냐. 애초 왜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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