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투표소 불법 카메라, 민주주의 훼손 행위 엄벌해야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비밀선거 원칙 무너뜨려 선거 불신 조장
SNS 대응한 법령 정비로 엄정 대처 필요

경남 양산시 4·10 총선 사전투표소인 덕계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발견된 불법 카메라. 현재 양산에서는 사전투표소 및 개표소, 본 투표소 등 총 6곳에서 각 1개씩 불법 카메라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연합뉴스 경남 양산시 4·10 총선 사전투표소인 덕계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발견된 불법 카메라. 현재 양산에서는 사전투표소 및 개표소, 본 투표소 등 총 6곳에서 각 1개씩 불법 카메라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연합뉴스

5~6일로 예정된 제22대 총선 사전투표를 앞두고 투표 예정지에서 불법 카메라가 대거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사전투표소로 지정된 부산 북구 구포2동 행정복지센터 3층 정수기 옆에서 소형 카메라가 발견돼 지난달 29일 경찰이 수사에 들어갔다. 앞서 경남 양산과 인천의 행정복지센터 등 전국 40여 곳의 사전투표소에서도 비슷한 장소에서 카메라가 발견됐는데 모두 투표소 내부를 촬영하려는 용도였다. 민주주의 선거의 대원칙인 비밀투표가 훼손돼 큰 혼란이 생길 뻔했으나 미연에 막은 건 천만다행이다. 하지만 이런 범행이 발생하기 전까지 선관위와 지자체, 경찰 등 당국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불법 몰카를 설치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40대 유튜버 A씨의 범행 동기가 가관이다. 선관위의 사전투표율 조작을 감시하려 했다는 것이다. 즉, 몰카 영상에서 투표소 출입 인원을 직접 집계한 다음 선관위 발표와 일치 여부를 따지려 했다는 것이다. 실제 A씨는 2022년 대선과 지난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때도 몰카를 설치한 정황이 발견됐다. 선관위 집계 인원이 다르다며 부정선거론을 퍼뜨리거나, 대검찰청에 수사 의뢰를 하는 영상을 올리기까지 했다. 극단적이고 자극적일수록 구독자와 조회수가 오르는 걸 악용한 유튜버가 이제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까지 먹잇감으로 삼은 점에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몰카 사건은 2020년 총선 부정선거론을 떠올리게 한다. 대법원이 선거 무효 소송을 기각했는데도 SNS에서는 여전히 당시 야당의 압승이 부정선거에 의한 것이었다는 주장이 횡행한다. 경찰 조사 결과, A씨 역시 평소 부정 투표 감시단을 자처했는데 그의 주장에 공감한 70대 1명이 몰카 설치를 도왔다가 함께 붙잡힌 상태다. A씨는 단독 범행을 주장하고 있으나 공범이나 배후 세력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말고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고, 선거 불신을 조장한 혐의에 대해서는 엄벌에 처해야 한다. 또 관계 당국은 투표소 전수 조사로 몰카를 발본색원해 국민 불안감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

몰카 영상을 미끼로 SNS에 부정선거 의혹을 퍼뜨리면 돈벌이가 되는 세상이다. 언제든 모방·유사 범행이 일어날 수 있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 질서와 결과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SNS 활동은 법률적 처벌 근거가 미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전국 40여 곳에 몰카를 설치했다고 자백한 A씨도 선거법이 아닌 건조물 침입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받았다. 투표와 선거운동, 개표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질서를 어지럽히고 국민 불신을 조장하는 행위를 뿌리 뽑으려면 이참에 SNS 시대에 대응할 수 있게끔 선거법 등 관련 법령을 정비해서 엄정한 대처와 처벌 대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