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신공항 건설 지역업체는 '오리알'… "대기업 싹쓸이 막아야"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 건설업계 목소리

시공액 5000억 돼야 참여 가능
부산 건설사 대부분 충족 못해
"강제성 있는 우대조항 있어야"
하도급·설계 분야도 홀대 우려

지역 건설업계가 가덕신공항 부지공사에 지역 업체 참여에 대한 실효성 있는 인센티브 등을 요구하고 있다. 가덕신공항 건립 예정지인 부산 강서구 가덕도 일대 모습. 부산일보DB 지역 건설업계가 가덕신공항 부지공사에 지역 업체 참여에 대한 실효성 있는 인센티브 등을 요구하고 있다. 가덕신공항 건립 예정지인 부산 강서구 가덕도 일대 모습. 부산일보DB

전체 사업비가 14조 원에 육박하는 가덕신공항 건설사업에 지역 건설업체들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현행법과 제도가 그대로 적용되면 수도권 건설 대기업들의 ‘잔치’로 끝날 게 뻔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국토교통부가 지역 업체 참여와 관련한 우대조항을 신설할 예정이지만 강제성이 부여될 여지는 적어 실제 효과는 불투명하다. 지역 업계는 어떤 형태로든 강제력 있는 지침을 통해 지역 업체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벼랑 끝에 몰린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부와 정치권의 적극적 관심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7일 국토부와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가덕신공항 활주로를 만들기 위한 부지조성공사는 설계·시공 일괄입찰(턴키) 방식으로 진행된다. 올 상반기 중 공사를 발주할 계획이며, 유기적인 공정을 위해 분할시공이 아닌 단일공구로 추진한다.

기나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건설업계 입장에서 가덕신공항 건설사업은 군침 도는 먹거리다. 수익성이 아주 높지는 않더라도 리스크가 적기 때문이다. 유수의 건설 대기업은 물론 대다수 지역 업체도 참여를 희망하고 있다.

문제는 현행법에 따르면 컨소시엄의 일원으로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최소 지분율 5%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점이다. 10조 5000억 원 규모의 부지 조성 공사에 발이라도 걸치려면 적어도 5000억 원 이상의 사업비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애석하게도 부산지역에는 그 정도 규모의 시공능력평가액을 갖춘 업체가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한건설협회 정형열 부산시회장은 “워낙 규모가 큰 공사이다 보니 정부가 나서 5% 지분율 규정을 없애고 컨소시엄에 참여할 수 있는 업체 숫자도 기존 10개에서 더 늘릴 필요가 있다”며 “지역 건설업계 낙수 효과를 위해서는 물론이고, 가덕신공항에서 지역 업체가 완전히 배제된다면 도시의 자부심에도 금이 갈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국토부가 나서 지역 업체 참여 우대조항을 신설한다는 소식은 반갑지만, 단순 인센티브로는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울 수도 있다. 관련 법에 따르면 ‘국토의 지속가능한 발전,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기획재정부장관이 고시하는 사업’에 대해 공동도급을 입찰에 명시할 수 있다.

정 회장은 “정부나 정치권이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나선다면 이 조항에 가덕신공항 건설사업을 추가할 수 있다”며 “법을 개정하거나 아니면 특별법을 활용해서라도 벼랑 끝에 내몰린 지역 업체들을 외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공사를 실제 수행하는 전문 건설업체들도 지역 업체 참여가 필수라고 입을 모았다. 대한전문건설협회 부산시회에 따르면 2조 원 규모의 만덕~센텀 지하고속도로 민자사업의 경우에도 공동도급 참여 업체를 제외한 지역 전문건설업체의 하도급률은 6.7%에 불과했다. 업계는 이 같은 전례가 반복될 것을 우려한다.

부산시 조례에 따르면 하도급을 맡는 지역 전문건설업체 비율을 70% 이상 구성하라고 권고하지만, 어디까지나 권고에 불과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대한전문건설협회 부산시회 한종석 사무처장은 “가덕신공항 사업은 시 조례의 영향을 받지 않는 국가 사업이라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도 적용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건설 대기업들이 발주를 싹쓸이한다면, 수도권에 있는 전문 건설업체들을 데려와 하도급 계약을 맺을 것이 명약관화하다”고 말했다.

한 사무처장은 “지역 종합 건설업체들이 컨소시엄에 일부 참여한다면 부산 전문 건설업체들도 숨통이 조금은 트이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지역 하도급 업체들의 참여를 보장할 만한 강제성 있는 지침이나 강력한 수준의 인센티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건축·설계 분야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가덕신공항 여객터미널 국제설계공모가 발표됐는데, 컨소시엄 시 4개 사 이하로 응모 제한이 됐다. 해외 업체가 국내 대형 설계사무소와 손을 잡는 추세에 지역 건축사들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상지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허동윤 대표는 “지역에 애착을 갖고 남아있는 실력 좋은 건축사들에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아쉽다”며 “해외 유명 건축가를 데려오려는 노력은 좋지만, 이는 부산 건축가들과 함께 성장할 때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