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열풍에 金값 된 김… “양식장 확대·기술 개발 나서야”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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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매가격 1년 새 70%나 껑충
스낵·냉동 김밥 선풍적인 인기
수요 폭증에 공급량 못 따라가
정부 지원으로 생산성 높여야

지난달 14일 오후 서울 한 전통시장에 마른김이 진열돼 있다. 최근 해외 수요가 늘면서 김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4일 오후 서울 한 전통시장에 마른김이 진열돼 있다. 최근 해외 수요가 늘면서 김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 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국내 김의 가격이 1년 만에 70% 넘게 뛰며 시민의 장바구니 부담이 커지고 있다. 수산 식품 최초 수출액 1조 원을 달성할 정도로 해외 수요가 늘었지만 생산량이 이를 따라잡지 못하면서다. 업계는 정부가 양식장 확대와 품종 개발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이달 김밥용 김(중품) 100장(260g)당 도매가격이 9610원으로 전망된다고 14일 밝혔다. 지난해 동월 가격인 5603원과 비교하면 불과 1년 만에 71.5% 급증한 것이다. KMI 수산업관측센터는 “수출 수요는 높은데 평년보다 재고가 부족해 산지에서 물김 가격이 올랐다. 그러면서 도매가격도 영향을 받았으며 올해 말까지 높은 가격대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도매가격이 오르자 소비자 가격도 뒤따라 들썩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달 12일 기준 마른김(중품) 10장 소매가격은 1191원으로 최근 5년 평균(914원) 대비 30% 넘게 뛰었다. 지난해 동기간(1005원)과 비교해도 18.5% 증가했다.

이처럼 국내 김 가격이 가파르게 솟은 이유는 급증한 해외 수요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김 수출은 7억 9255만 달러로 전년 대비 32.2% 상승하며 수산 식품 중 처음으로 1조 원을 돌파했다. 원래 김은 아시아 국가를 제외한 다른 국가에서는 즐겨 찾는 음식이 아니었다. 하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김 스낵과 냉동 김밥이 인기를 끌며 전 세계에 한국 김을 알렸다. 여기에 전통적인 김 소비국인 중국과 일본의 김 작황이 부진해지면서 한국 김 수요가 급증했다.

문제는 국내 김이 ‘수출 효자’로 거듭났음에도 당장 생산량을 늘리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국내 김은 대부분 전남 지역에서 양식되는데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주로 생산된다. 김이 생장하기 좋은 온도는 10도 미만이지만 기후 변화로 인해 수온이 상승하며 양식 기간이 줄어드는 추세다. 김을 주로 생산하는 국가는 한국, 중국, 일본뿐이라 해외 수요가 분산될 여지도 적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올 7월부터 축구장 2800개 넓이에 달하는 신규 김 양식장 2000ha(20㎢)를 개발하기로 했지만 단시간에 생산량을 늘리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산업계는 양식장 확대와 더불어 기술 개발에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수산무역협회 관계자는 “김은 원료 자체를 해외에 수출하기 때문에 어민의 수익에 기여하는 정도가 상당히 높다”면서 “양식장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양식 기술의 고도화도 절실하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고수온에도 견딜 수 있는 종자나 수확량이 많은 품종을 개발하는 데 꾸준한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KMI 관계자는 “김 가격이 수년 전부터 꾸준히 오르면서 가공업계도 관련 기술을 개발해 김을 얇게 자르는 등 나름대로 대응했지만 이마저 한계에 봉착했다”면서 “새로운 김 양식장을 지속 개발해 생산량 자체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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