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칼 빼들라” 초고속 이란 제재 꺼내든 미국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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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만에 이란 상대 제재 검토
드론 부품 접근 차단 등 고민 중
EU도 16일 긴급 외교장관 회의
이스라엘 자제 시키려 ‘안간힘’

지난 14일 이란 테헤란에서 시민들이 이란혁명수비대의 이스라엘 공격에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4일 이란 테헤란에서 시민들이 이란혁명수비대의 이스라엘 공격에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제5차 중동전쟁의 위기감 속에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나란히 제재의 ‘칼’을 꺼내 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이란은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 폭격에 대한 보복으로 드론(무인기)과 미사일 300여 기를 동원해 이스라엘을 공습했다. 미국과 EU는 이스라엘의 반격에 따른 확전을 막기 위한 발 빠르게 움직이는 중이다.

미국의 신규 제재는 이란의 미사일과 정예군 이란혁명수비대(IRGC)를 정조준할 것으로 보인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6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공습한 이란에 대해 며칠 내로 신규 제재를 부과할 계획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을 포함한 동맹과 파트너들, 그리고 의회 양당 지도부와 포괄적인 대응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신규 제재는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프로그램 등의 효과를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마련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재무부의 한 당국자는 드론과 같은 무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군사 부품에 대한 이란의 접근을 차단하는 방법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재닛 옐런 재무장관도 이날 국제통화기금(IMF) 춘계 총회 기자회견에서 “수일 안에 이란에 대한 추가적인 제재를 채택할 것으로 전적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이란의 석유 수출 능력을 제한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석유 수출 등과 관련한 경제 제재를 시사했다. NYT는 미국이 이번 주 워싱턴DC에서 IMF 총회를 계기로 모일 G7 재무장관들과 이스라엘을 공격한 샤헤드 드론 등의 무기 구성품에 대한 이란 비축량을 줄일 방안을 집중적으로 조율할 것이라고 전했다.

제재 대상에 거론된 이란혁명수비대는 이란 정규군의 산하 조직으로 이란에서 안보와 신정일치 체제, 경제력의 중심축으로 평가된다. 이란혁명수비대는 중동 내 친이란 무장세력들을 지원하는 데도 핵심적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정부는 2019년 이란혁명수비대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했다.

EU도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 논의에 착수했다. EU 27개국 외교장관은 이날 이란 제재와 관련한 긴급 화상회의를 열었으며 이 자리에서 이란이 중동 내 대리세력에 무기를 공급하는 것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다만 유럽의 일부 당국자들은 중동 정세가 불안정한 가운데 레바논 헤즈볼라,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예멘의 후티 반군, 이라크 민병대 등 친이란 무장세력들을 겨냥한 조치로 긴장이 더욱 고조되는 상황을 경계한다고 우려했다.

미국과 EU가 대이란 제재에 공동 전선을 편 가운데 미국은 앞으로 중국이 동참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중동을 불안정하게 하는 무기와 기술의 이란 전달을 막을 필요성에 대해 미국이 중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과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과 EU 등 서방의 이런 움직임은 이란의 첫 이스라엘 본토 공격으로 중동 정세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뒤 약 이틀 만에 나왔다.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직후 미국과 영국, EU 국가들은 이란을 빠르게 규탄했고 G7 정상회의 소집에 이어 제재 논의까지 거침없이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는 이란에 대한 보복을 공언한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을 자제시키려는 의도가 커 보인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미국과 EU의 이란 제재 움직임을 전하며 “동맹국들(미국과 EU)은 이스라엘에 전면전을 초래할 수 있는 군사적 보복을 하지 말라고 촉구하면서 이란을 경제적으로 벌주려고 서두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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