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대학 충격적인 예선 탈락… 대학 통합도 물 건너가나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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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경대·한국해양대 탈락 후폭풍

본지정커녕 예비지정 통과 못 해
국립대·해양 수산 장점 못 살려
탈락 책임지고 부경대 총장 사의
해양 과학 KAIST 조성 계획 무산
학내 구성원 반대로 통합도 난항

지난달 5일 부경대와 한국해양대는 글로컬대학 30 공동 추진 업무협약식을 맺었다(위). 부경대 학생들은 지난달 21일 대학 통합 추진 반대 집회를 진행했다. 정대현·정종회 기자 jhyun@ 지난달 5일 부경대와 한국해양대는 글로컬대학 30 공동 추진 업무협약식을 맺었다(위). 부경대 학생들은 지난달 21일 대학 통합 추진 반대 집회를 진행했다. 정대현·정종회 기자 jhyun@

대학 통합을 전제로 교육부의 ‘글로컬대학 30’ 2기에 도전장을 낸 국립부경대와 국립한국해양대가 예비지정 단계에서 탈락하자 충격에 빠졌다. 부경대 총장은 글로컬대학 사업 탈락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하는 등 글로컬대학 탈락 여파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해양 과학 KAIST 조성’을 목표로 통합을 선언했던 두 대학은 글로컬대학 사업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시면서 통합 추진이 사실상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예선 탈락’ 충격·의외라는 반응

부경대와 한국해양대는 교육부가 지난 16일 발표한 글로컬대학 30 사업 2기 예비지정 대학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부산 대학가에서는 ‘본지정 대학 1순위’로 손꼽힌 부경대와 한국해양대가 ‘예선’인 예비지정 단계에서 탈락하자 놀랍다는 분위기다. 지난해 글로컬대학 1기 사업에서 국립대인 부산대와 부산교대가 통합 모델로 본지정 대학에 선정된 데 이어 2기 사업에서 부경대-한국해양대의 선정에는 변수가 없을 것이란 관측이 깨진 것이다.

부산 한 사립대 총장은 “부경대와 한국해양대는 두 대학 모두 국립대이고, 해양 수산 분야를 핵심 모델로 정한 만큼 본지정 대학 선정은 무난할 것으로 봤는데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와 충격적이다”고 전했다.

부경대-한국해양대 통합 모델은 글로컬대학 2기 심사에 사립대와 전문대가 대거 몰리는 상황 속에 주목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윤소영 지역인재정책관은 결과 발표 당시 "국립, 사립, 전문대, 일반 지역 이런 것은 이번에도 작년과 동일하게 고려는 없었지만, 지난해 (사립대·전문대에 대한) 홀대론이 많아서, 평가할 때 가능하면 그 대학의 특성을 고려해 심도 깊게 봤다"고 밝혔다.

실제로 예비지정 대학 20곳 중 사립대는 14곳에 달했고, 전문대가 참가한 예비지정대학은 5곳이었다. 여기에 국립대 4곳이 예비지정 대학에 포함된 것을 고려해도 부경대-한국해양대가 제안한 혁신 기획안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한 것으로 예상된다.

■부경대 장영수 총장, 사의 표명

글로컬대학 탈락 여파는 곧장 나타났다. 부경대 장영수 총장은 교육부 결과 발표 반나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장 총장은 이메일을 통해 “총장으로서 글로컬대학 사업과 관련한 모든 과정과 결과에 무한한 책임감 느끼며,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사의를 밝혔다. 장 총장은 차기 총장과 집행부가 구성될 때까지만 잔여 임기를 수행할 뜻을 밝혔다. 장 총장의 임기는 6개월여 뒤인 오는 10월 18일까지다.

장 총장의 사의 표명은 두 차례의 글로컬대학 탈락에 책임을 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또 글로컬대학 3기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조기에 조직 쇄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글로컬대학 2기 신청서 제출 직전 교내에서 제기된 재학생과 교직원, 교수들의 통합 반대 여론 역시 부담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부경대는 주요 보직 교수들도 모두 사의를 표명했다. 부경대는 조만간 차기 총장 선임을 위한 학내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대학 통합 동력 상실 우려

부경대와 한국해양대는 글로컬대학 2기 신청을 위한 협의 과정도 순탄하지 않았다. 두 대학은 지난해 12월 5일 ‘세계 최대 해양 특성화 국립대 추진’과 글로컬대학 선정을 목표로 통합 의향서를 교환했다. 하지만 두 대학은 한국해양대 류동근 총장 후보자의 총장 임명이 늦어지는 상황 속에 두 달여 뒤인 지난 2월 22일 ‘통합 대학’이 아닌 ‘연합 대학’으로 신청 형태를 변경했다.

끝이 아니었다. 부경대와 한국해양대는 글로컬대학 2기 예비지정 신청 기한(3월 22일)을 일주일 앞둔 지난달 15일 ‘연합 대학’에서 ‘통합 대학’으로 또 한 번 신청 유형을 변경했다. 이후 부경대와 한국해양대 학생들이 대학 통합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도 냈다.

두 대학 통합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대학 내부 구성원들의 반대가 거세고 통합 모델이 교육부 예비지정 단계조차 넘지 못하면서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단독’ 형태로 지원했던 글로컬대학 1기에 이어 ‘통합 대학’으로 참가한 2기에서도 탈락한 상황에서 더 이상 통합 논의는 추진 동력을 잃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편 부경대와 한국해양대는 내년에 진행되는 글로컬대학 3기 사업에 더욱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 한다. 2025년과 2026년에는 본지정 대학이 각각 5곳으로 줄어든다. 글로컬대학 1·2기에서 뽑히지 못한 대학은 3기와 4기 사업에 더욱 혁신적인 추진 모델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경대와 한국해양대 역시 신청 유형은 물론 개혁 방안도 제시해야만 글로컬대학에 선정될 수 있을 전망이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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