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치과 가면 외면당하기 일쑤 … 극한 치통도 수개월 참는 게 현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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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단체 부산시청 앞서 집회
“인프라 부족 5만여 명 고통” 주장
장애인 치과 진료 체계 확충 촉구
치과의사회 “시립병원 필요” 지적

17일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부경지부, 부산뇌성마비보모회, 부산참여연대 등이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 구강건강 개선을 위한 시책 마련을 촉구했다. 참석자들은 시립장애인치과병원 설립과 특수학교 구강보건실 설치 등을 요구했다. 정대현 기자 jhyun@ 17일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부경지부, 부산뇌성마비보모회, 부산참여연대 등이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 구강건강 개선을 위한 시책 마련을 촉구했다. 참석자들은 시립장애인치과병원 설립과 특수학교 구강보건실 설치 등을 요구했다. 정대현 기자 jhyun@

부산 중증장애인이 치과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전문 의료기관이 부족해 이들의 건강권이 위협받고 있다. 잇몸 질환 치료를 받기 위해 원정 진료를 떠나거나 마취 진료를 위해 두 달을 대기하는 일이 다반사다. 중증장애인은 매해 치과 진료를 위한 의료 인프라 확충을 부산시에 요구하고 있지만 대책은 지지부진하다. 장애인 치과 진료를 위한 공공의료시설과 체계적인 정책을 하루빨리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7일 부산뇌병변복지관과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부산경남지부 등에 따르면 부산에서 중증장애인 치과 진료가 가능한 병원은 부산대병원 부산장애인구강진료센터, 부산의료원, 후원회비로 운영되는 민간봉사시설 ‘나눔과 열림 치과 병원’ 등 3곳이다. 이 중 상시로 진료받을 수 있는 곳은 2곳이다. 그동안 부산대병원 1곳에서만 상시 진료가 가능했지만 부산의료원이 장애인 치과 진료를 주 1일에서 주 5일로 확대하면서 상시 진료기관은 2곳으로 늘었다.

중증장애인은 신체 이동 제약으로 구강 치료를 받기 어려워 전담 병원이 필요하다. 환자 상태에 따라 수면 마취나 전신 마취를 하고 치료를 진행해야 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전문의와 시설 장비가 필수적인 이유다.

중증장애인 수에 비해 구강 진료가 상시로 가능한 병원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2월 부산시에 등록된 장애인은 모두 17만 5467명으로 이 중 마취가 필요하거나 보조인력이 필요한 치과 영역 중증장애인(지체·지적·뇌병변·자폐·정신·뇌전증)은 4만 9445명이다. 전문 병원이 부족하다 보니 전신 마취를 하고 진료를 받아야 하는 장애인들은 평균 2개월 대기를 해야 한다. 간단한 치료를 받기 위해 민간 치과를 방문해도 외면당하는 일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치통이 심해져도 스스로 참는 경우가 많다.

치과 진료 인프라가 열악해 장애인들은 구강 질환을 달고 산다고 호소한다. 2023년 부산공공의료지원단에서 실시한 부산시 장애인 구강진료센터 설립 확대를 위한 기초 연구를 살펴보면, 부산 거주 장애인 60명 중 55명이 아플 때 진료를 즉시 받을 수 없었다고 답했다. 뇌병변장애인 아들의 어머니 박명종(75) 씨는 “잇몸병 치료를 위해 민간 병원에 방문하면 전부 거절한다”며 “장애인에게 치과 진료를 해주는 민간 의료기관도 사실상 없고 치료를 할 수 있는 병원 접근성마저 제한되니 잇몸 질환을 견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을 개선하고자 부산지역 장애인 단체는 매해 장애인의 날을 맞아 중증장애인 치과 진료를 위한 의료 인프라 개선을 시에 촉구한다. 이들 단체는 이날 오후 2시 부산시청 앞 광장에 모여 △시립장애인치과병원 설립 △장애아동 구강병 조기 예방을 위한 특수학교 구강보건실 설치 △치과 영역 중증장애인 실태조사 실시 △장애인 시설과 치과의료기관의 협력 네트워크 구축 및 예산 확보 등을 시에 요구했다.

부산뇌병변복지관 이주은 관장은 “서울에는 시립장애인치과병원이 있고 곧 제2시립장애인치과 병원도 문을 여는데 부산시는 장애인 치료에 관심이 없다”며 “시립장애인치과병원을 세우자는 것은 최소한의 질환 예방을 위한 장애인 구강 관리 체계를 수립하자는 것이다. 병원 설립과 함께 제도만 만들어 놓고 사실상 시행되지 않고 있는 장애인 주치의 사업을 활성화 해야 장애인들 건강권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시 건강정책과 관계자는 “장애인 치과 진료를 위한 의료진 확보가 쉽지 않다. 시립장애인치과병원은 장기적으로 생각해 볼 일”이라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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