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역 요지 용도변경, ‘갑툭튀’ 난립 부른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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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역세권 복합개발 추진
용적률 672% 확대 49층 가능
주택가에 고층 건물 건립 초래
경관 해치고 도시계획 차질 우려

제2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이 추진되고 있는 부산 해운대구 중동 193번지 일대 모습. 정종회 기자 jjh@ 제2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이 추진되고 있는 부산 해운대구 중동 193번지 일대 모습. 정종회 기자 jjh@

부산 해운대구의 몇 남지 않은 알짜 미개발지로 꼽히는 장산역 인근 요지에 고층 주상복합을 짓기 위한 용도변경이 추진(부산일보 3월 8일자 10면 등 보도)되면서 이 같은 ‘역세권 고밀도 복합개발’이 전체적인 도시계획 틀을 해친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택 공급 확대를 명분으로, 민간 사업자 수익성을 최우선에 둔 고층 건물 일변도 개발이 이어지면서 부산 전역에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 나온) 건물’ 난립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부산시와 해운대구청 등에 따르면 시는 최근 해운대구 중동 193 일원 9998㎡ 부지를 제2종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을 공고했다. 해당 부지를 매입한 민간 사업자는 용도변경을 통해 이곳에 49층, 600세대 규모의 주상복합을 지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업은 정부의 도심 주택공급 확대책인 ‘역세권 복합개발’ 방식으로 추진된다. 역세권 부지 용도변경을 통해 사업성을 높여 주는 대신, 토지 가치 상승분을 기부 받는 사업이다. 역세권 내 3000~2만㎡ 면적을 갖추고, 너비 20m 도로에 8분의 1 이상 접하는 곳이 대상이다. 부산시는 조례를 통해 기부채납분의 70%를 청년과 신혼부부 등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으로 짓도록 하고 있다.

역세권 복합개발은 전국적으로 부산에서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개발 이익을 노릴 수 있는 역세권 요지가 많은 까닭이다. 2022년 7월 부산 금정구 장전역 인근 롯데마트 금정점 부지 개발을 시작으로, 교대역1·2, 연산역, 명장역, 종합운동장역과 장산역까지 모두 7곳에서 역세권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도시계획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주택 공급 확대에만 매몰돼 고밀도 개발의 길을 터준다는 비판이 거세다. 역세권 범위를 역사에서 500m까지로 지나치게 넓게 잡은 탓에 주택가와 맞닿은 곳에 고층 주상복합이 들어서는 일이 빚어진다. 경관을 크게 해치고 교통난도 부추기는 등 곳곳에서 주민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이는 지역 사회와 충분한 협의를 거치는 공공기여협상제와도 달라 주민 수용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사실상 없다.

특히 장산역 개발은 이런 논란에 불을 댕겼다. 토지 용도를 두 단계나 상향해 용적률이 기존 250%에서 672%로 2배 넘게 확대되고, 최고 높이도 초고층에 육박하는 165m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역세권 개발을 명분으로 한 과도한 특혜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해운대구청·구의회도 이례적으로 시에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을 불허해 줄 것을 요구하며, 사업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해운대구는 오는 27일 시행되는 노후계획도시정비법에 맞춰 해운대 신도시 일대 정비 계획을 세우고 있다. 건물과 기반 시설 노후로 도시 기능이 급격히 저하되고 있는 해운대 신도시를 종합적으로 재정비하기 위한 것으로, 현재 용도지역 변경을 추진하고 있는 사업지도 대상 구역에 포함된다.

하지만 사업 부지 용도 변경이 통과되면 이곳 건축물만 높이가 불쑥 높아져 일대 스카이라인이 망가지는 등 전체 도시계획과 엇박자를 낼 것으로 우려된다. 해운대구청 도시계획팀 관계자는 “현재 계획대로 장산역 부지 개발이 진행되면 신도시 전체를 통일성 있고, 조화롭게 개발하려던 계획에 심각한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사업자의 건립 계획과 주민 의견, 전체적인 도시계획, 주민 생활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다각도로 검토해 해당 지역의 적정성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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