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리 1호기 해체 시작… 세계 원전해체산업 선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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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규모 500조 원 넘는 미래 먹거리
기술력·인프라 구축해 경쟁력 갖춰야

7일 오후 부산 기장군 해안가에서 국내 최초로 원전 해체 작업이 시작된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오른쪽)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오후 부산 기장군 해안가에서 국내 최초로 원전 해체 작업이 시작된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오른쪽)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2017년 6월 영구 정지된 고리원전 1호기에 대한 제염(除染)이 지난 7일 시작됐다. 제염은 작업자의 피폭을 최소화하기 위해 원전에 있는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는 작업으로, 원전 해체를 위한 필수 과정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해체 승인’ 절차가 남았지만, 이로써 고리 1호기에 대한 해체 작업은 사실상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이번 제염에는 국내 기술과 장비가 온전히 사용된다. 이는 범상한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원전 해체 작업이 우리 힘으로 첫걸음을 내디딘 순간이기 때문이다. 관련 기술 고도화를 통해 향후 세계 원전해체 시장 진출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

정부는 꽤 오래전부터 원전해체산업을 키우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추진 동력이 구체적으로 마련된 것은 2019년 4월 ‘원전해체산업 육성 전략’이 확정·발표되면서다. 당시 정부는 원전해체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겠다고 다짐했다.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해체 전문기업을 육성하고 원전해체연구소(현 한국원자력환경복원연구원)도 설립하기로 했다. 종합적인 금융 지원책과 함께 해체 현장에서 일할 인력 1300여 명을 양성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전략대로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늦어도 2022년 이전에 최소한 국내 원전해체 시장 정도는 형성될 것이라는 게 당시 정부의 기대 섞인 전망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원전해체산업의 중심축 역할을 맡을 한국원자력환경복원연구원 설립부터 지지부진했다. 해당 연구원은 당초 2021년까지 설립할 계획이었으나 관련 사업의 예타 탈락 등 우여곡절 끝에 2022년 10월에야 겨우 착공에 들어갔다. 준공까지는 앞으로 1년 이상 더 기다려야 할 형편이다. 이러는 사이 겨우 걸음마 단계에서 벗어나려던 원전해체 기술력을 비롯해 전문인력 양성은 답보 상태에 머물렀다. 윤석열 정부 들어 이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폐기된 점, 원전 해체의 필수 전제라고 할 수 있는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점도 원전해체산업 활성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원전해체산업은 아직 미지의 영역이다. 자체 시장 규모가 국내에서만 10조~20조 원, 세계로 따지면 500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원전해체산업은 자체 시장을 넘어 기계·화학·금속 등 다른 산업과도 밀접히 연결되기 때문에 경제적 파급 효과가 엄청나다. 놓쳐서는 결코 안 되는 미래 성장동력인 셈이다. 다행히 원전 해체 기술을 보유한 국가는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다소 늦은 출발이라도 따라 잡거나 추월할 여지는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고리 1호기 해체의 신호탄이 쏘아진 만큼 이를 발판으로 세계의 원전해체산업을 선도하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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