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아동 ‘디지털 학습 격차’ 이어 ‘건강 정보 격차’ 우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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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대 박지영 교수 연구팀
복지시설 아동 대상 조사 결과
건강 문해력 40점 만점에 24점
역량 강화 위한 정책 마련 필요

해당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없음. 이미지투데이 해당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없음. 이미지투데이

코로나19로 드러난 아동 간 디지털 학습 격차는 건강 정보 격차로도 옮겨가고 있다. 아동기 건강 정보 격차는 평생에 걸친 건강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제대 박지영 간호대학 교수팀이 부산 취약아동의 ‘디지털 헬스 리터러시(문해력)’ 수준을 조사한 결과, 이들 수준은 40점 만점에 24점으로 드러났다. 특히 온라인상 건강 정보가 옳은지 아닌지를 구분하고, 정보의 수준이 높은지 낮은지를 판단하는 영역에서 점수가 낮았다.

박 교수 팀은 부산시 아동복지협회와 함께 부산시 소재 15곳 아동복지시설에 거주하는 초등학생 234명과 종사자 185명을 대상으로 디지털 헬스 리터러시 역량을 조사했다. 디지털 헬스 리터러시는 온라인에서 건강 정보를 찾고 이해해서 건강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하는 능력이다.

인터넷에서 건강 정보를 찾았을 때 해당 내용이 옳은지 파악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65%가량이 부정적으로 답했다. 온라인 건강 정보 수준 파악 능력에서도 전체 응답자 73%가량이 ‘잘 모르겠다’고 답해 낮은 수준을 드러냈다.

실제로 취약아동이 건강 정보를 습득하는 통로도 제한적이었다. '아동 건강관련 특성' 조사에서 취약아동이 건강 정보가 필요할 시 정보를 얻는 방식으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은 ‘시설 선생님’이었다. 전체 응답자 중 74%가 시설 선생님을 꼽았고, 의사와 간호사(43%), 인터넷(33%)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취약아동이 건강 정보를 위해 의존할 수 있는 대상자가 제한적이라는 의미다.

낮은 디지털 헬스 리터러시는 개인위생과 식습관, 운동 등 기본적인 일상에도 영향을 끼쳤다. '아동 건강증진행위' 조사에서는 개인위생, 식습관, 운동 등 취약아동의 일상생활을 살폈다. 조사 결과 ‘패스트푸드를 자주 먹지 않는다’ ‘너무 달게 또는 짜게 먹지 않는다’ 등을 묻는 식습관 영역과 운동 영역에서 4점 만점에 각각 2.9점과 2.8점으로 점수가 가장 낮게 나왔다.

연구팀은 “취약아동들이 온라인 접근성 자체는 높지만 유용한 정보에 접근할 방법을 모르거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조사 대상이었던 부산의 한 아동보육시설 관계자는 “아이들이 인터넷 접근도 잘하고 게임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데도 건강 관련 정보에 있어서는 취약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아동기의 낮은 디지털 헬스 리터러시가 건강 불평등의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 교수는 “디지털 사회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온라인 정보를 습득하고 이해하는 디지털 문해력은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핵심 역량이다”며 “유용한 건강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고 넘쳐나는 정보를 분류,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하면 성장 이후에도 건강 취약계층으로 남을 가능성이 커진다. 취약아동의 역량 강화를 위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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