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라파 재앙’ 초강수…“이스라엘, 공격 땐 무기 지원 중단”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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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대이스라엘 노선 변화 시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도착해 전용기에서 내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도착해 전용기에서 내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최남단 국경 도시이자 피란민 140만 명이 밀집한 라파를 향해 대규모 공격에 나설 경우 무기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스라엘을 적극 지지해 온 미국이 사실상 대이스라엘 노선을 바꾸겠다는 초강수를 던진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CNN 인터뷰에서 “가자에서 민간인들이 폭탄과 다른 공격방법에 의해 죽어가고 있다”며 “만약 그들(이스라엘)이 라파에 진격한다면, 그들은 아직 진입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들이 지금까지 라파와 다른 도시들을 다루는 데에 사용했던 무기를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이스라엘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방침을 수차례 확인해 왔다.

이스라엘은 민간인 피해 등을 우려하는 국제사회의 거듭된 만류에도 지난 6일 라파에 탱크를 진입시키며 지상전 준비 채비를 마친 상태다.

다만 이스라엘 방위를 위해 방공무기체계인 아이언돔 유지를 비롯한 방어 무기 지원은 이어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아이언돔과 중동에서 최근 발생한 공격에 (이스라엘이)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하는 것은 확실히 할 것”이라며 “그러나 이것(라파에 대한 대규모 공격)은 잘못됐다. 우리는 무기와 포탄을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도 이스라엘이 아직 라파에서 ‘레드 라인’을 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그들은 인구 밀집 지역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그들이 한 일은 접경 지역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이는 이집트와 문제가 되고 있고, 이는 우리가 관계를 위해 매우 노력해 온 측면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CNN은 “바이든이 미국의 폭탄이 가자지구의 민간인 학살에 사용됐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도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CNN은 “그간 바이든 대통령은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 속에서 무기 수출을 제한하라는 민주당 의원들을 포함한 엄청난 압력을 받아왔다”며 “지금까지 바이든은 이러한 요청을 거부하고 하마스를 공격하려는 이스라엘의 노력을 강력히 지지해 왔지만 백만 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피난처로 삼고 있는 가자 지구 남부의 도시 라파에 대한 침공이 임박하면서 대통령의 계산이 바뀐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앞서 미국 정부는 라파 지상전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 이스라엘에 지원하기로 했던 고폭발성 폭탄 1회분의 선적을 중단한 바 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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