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영 팀장입니다" 수백억 빼돌린 보이스피싱 총책, 필리핀 감옥서 탈옥

김주희 부산닷컴 기자 zoohih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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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영 팀장'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 박 모 씨의 2021년 검거 당시 모습. 연합뉴스 '김미영 팀장'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 박 모 씨의 2021년 검거 당시 모습. 연합뉴스

이른바 '김미영 팀장'이라는 이름으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범죄를 저지른 박 모(53) 씨가 필리핀 현지 교도소에서 탈옥해 우리 정부가 대응에 나섰다.

8일 외교부와 경찰청에 따르면 박 씨는 지난달 말 필리핀의 한 교도소에서 탈옥했다. 그는 현지 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했다가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 경찰관으로 근무하던 박 씨는 수뢰(뇌물) 혐의로 2008년 해임됐다. 이후 2012년 필리핀에 콜센터를 개설한 후 보이스피싱 범행을 저질렀다.

박 씨 조직은 당시 김미영 팀장 명의 문자메시지를 불특정 다수에게 보낸 뒤 자동응답전화(ARS)를 통해 대출 상담을 하는 척하며 피해자 개인정보를 빼내는 방식으로 수백억 원을 빼돌렸다.

경찰은 박 씨가 이러한 '김미영 팀장 사기 수법'을 고안해낸 핵심 인물로 보고 있다.

다른 조직원들이 2013년 대거 검거·구속된 뒤에도 박 씨는 도피 생활을 이어오다 2021년 10월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됐다.

경찰청은 다각도로 박 씨의 강제 송환을 추진했으나, 박 씨가 일부러 추가 범죄를 저지르는 '꼼수' 수법을 써 현지에서 수감 생활을 하느라 송환이 지연됐다. 필리핀 현지에서 죄를 지어 형을 선고받으면 그만큼 국내 송환 절차가 늦춰진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박 씨의 탈옥과 관련해 외교부 측은 "현지 공관은 박 씨의 탈옥 사실을 인지한 직후부터 신속한 검거를 위해 필리핀 당국과 지속해서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도 "외교부 등과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김주희 부산닷컴 기자 zoohih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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