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금아의 그림책방] 우리, 가족입니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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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미의 그림책 <모두의 어깨> 한 장면. 모든요일그림책(알에이치코리아) 제공 이지미의 그림책 <모두의 어깨> 한 장면. 모든요일그림책(알에이치코리아) 제공

5월에는 기념일이 참 많습니다. 근로자의 날,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세계인의 날, 성년의 날 등 가정과 공동체를 생각하는 기념일이 이어집니다. 그림책으로 사회 속 가족의 의미를 읽어봤습니다.

<우리 가족입니다>(보림출판사)는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합니다. 이혜란 작가는 부산에서 중국집을 운영한 부모님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책을 만들었습니다. ‘엄마·아빠·나·동생’ 단란하게 살던 주인공 가족에게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찾아옵니다. 아빠는 어린 시절 할머니(엄마) 없이 살았다고 합니다. 할머니는 쓰레기를 주워 오고, 대소변을 못 가리고, 길에서 잠을 잡니다. 투덜대는 주인공에게 아빠는 “그래도 엄마니까” 같이 살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 아빠와 아빠의 상처를 이해하는 엄마를 지켜보며 주인공은 미움·아픔까지 품는 것이 가족임을 알게 됩니다.

<우리는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을 합니다>(북멘토)는 가수 하림이 글을 쓰고 지경애 작가가 그림을 그렸습니다. ‘우사일’이라는 노래 가사에는 식당 사장, 공사장 노동자, 요구르트 판매원, 콜센터 직원, 택배기사, 고층 건물 청소부, 노점상 할머니, 간호사, 소방관 등 사회 곳곳에서 일하는 사람이 등장합니다. ‘우리는 모두 똑같이 소중한 사람입니다. 우리는 모두 다 누군가의 가족입니다.’ 두 작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이들이 적절한 휴식을 가지는 세상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저마다의 자리에서 바쁘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어깨에 눈길을 준 그림책도 있습니다. 이지미 작가의 <모두의 어깨>(모든요일그림책/알에이치코리아)는 한 어린이의 등굣길을 따라 걸으며 사람들의 일상을 봅니다. 삶을 짊어진 어깨 위에 피로가 쌓일 땐 잠시 쉬어도 좋다고, 즐거울 땐 신나게 들썩여도 좋다고, 실패로 축 처질 땐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도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어깨를 빌려줄 누군가가 네 곁에 있다’는 글이 위로로 다가옵니다. 다양한 세대·직업·모습의 사람들이 서로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불꽃놀이를 감상하는 마지막 장면이 좋습니다(그림).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입니다. 가정의 달에 나만이 아니라 타인의 가족까지 존중하는 세상을 생각해 봅니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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