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창의 클래식 내비게이터] 어머니가 가르쳐 준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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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평론가

안토닌 레오폴트 드보르자크. 위키피디아 제공 안토닌 레오폴트 드보르자크. 위키피디아 제공

어버이날과 어린이날이 교차하는 5월이다. 아기들은 옹알이를 거쳐서 단어를 구사하게 되는데, 가장 처음 입을 떼는 말은 아마도 ‘엄마’라는 단어이다. 인간이 노래를 만들게 되면서 가장 많이 사용한 주제도 어머니였다. 그래서 수많은 사모곡(思母曲)이 생겨났지만, 나는 그중에서도 드보르자크가 1880년에 만든 가곡 ‘어머니가 가르쳐 준 노래(Songs my mother taught me)’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노래로 작곡한 것이지만 바이올린이나 첼로 독주로 들어도 좋다. 앞 소절만 들어도 이미 가슴이 먹먹해질 정도로 진하고 아름답다.

〈뉴욕타임스〉의 유명한 평론가이던 해럴드 숀버그는 드보르자크를 “후기 낭만주의 작곡가를 통틀어 가장 행복하고 가장 덜 강박적인 사람”이라 평했다. 그 말은 일리가 있다. 체코 시골의 푸줏간 집 아들이던 드보르자크의 삶은 전형적인 성공기처럼 보인다. 베토벤이나 슈만처럼 고통스러운 질병도 없었고, 바흐나 슈베르트처럼 그 시대에 인정받지 못한 사람도 아니었으며, 모차르트나 멘델스존처럼 요절하지도 않았다. 신앙심이 깊고 가정을 귀중하게 여기는 사람이라서 드뷔시나 바그너처럼 드라마틱한 연애도 하지 않았다. 한 발씩, 확고하게 명성을 다져 나갔다.

그러나 드보르자크라고 인생의 한구석에 왜 시련이 없겠는가? 그가 한참 자리를 잡아가던 1877년, 새로 태어난 딸이 이틀 만에 사망했고, 이어 한 살짜리 딸과 세 살 된 아들이 차례로 죽었다. 이건 시련이 아니라 운명의 저주라고 해야 할 만큼 참담한 일이었다. 망연자실한 드보르자크는 비통한 심정으로 ‘스타바트 마테르(라틴어 Stabat Mater, 슬픔의 성모)’를 작곡했다. 십자가에서 죽어가는 아들을 쳐다보며 서 있을 수밖에 없던 어머니의 마음을 음악으로 나타낸 곡이었다.

그리고 3년 후인 1880년, 오스트리아의 테너 구스타프 발터가 자신의 독주회에서 발표할 새로운 성악곡을 요청했다. 드보르자크는 체코의 시인 아돌프 헤이두크가 쓴 시집에서 7개의 시를 발췌해 〈피아노와 목소리를 위한 7개의 집시 노래〉 작품55를 완성했다. 오늘 듣는 곡은 이 가곡집에 4번째로 나오는 곡이자 가장 유명한 곡이다.

어머니가 가르쳐 준 노래, 사라진 그 옛날에.

어머니 눈가에는 눈물이 마를 날 없었지.

이제 내 아이들에게 그 멜로디를 가르친다네.

내 소중한 기억을 타고 하염없는 눈물이 흐르네.

오래전 어머니가 가르쳐 준 옛 노래를 기억하며, 그 노래를 아이들에게 불러주고 싶던 아버지의 애절한 마음이 담겨 있다.

▶드보르자크 '어머니가 가르쳐 준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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