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철 한전 사장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는 궁극적으로 갈 방향"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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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단계 ‘지역별 한계요금제’ 건의…11차 전기본에도 반영”
"최후수단으로 최소한의 전기료 정상화 필요…정부에 호소" "
한전 자구노력만으론 한계…전력산업 상태계 동반부실 우려"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이 16일 세종시내 한 식당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전 제공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이 16일 세종시내 한 식당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전 제공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은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부산일보 5월 14일 자 1면 보도)와 관련, “궁극적으로 가야 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이날 세종시내 한 음식점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하고 ““다만, (그 전제조건으로) 절차적으로 전력구입비(전력 도매요금) 단계부터 차등이 이뤄져야 한다. 지금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을 제외하고 (부산·울산·경북·전남 등) 영호남 (원전)소재 지역은 오히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다. 그래서 ‘지역별 한계요금제’가 먼저 구매 단계에서 시행되는 게 맞고, 현재 산업부에도 그렇게 건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달 안으로 발표될 예정인)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도 이런 내용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에 대한 법적 근거를 담은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외에도 구체적 근거가 담겨야 하기 때문에 전기사업법에 공급규정(한전의 기본공급 약관) 개정 등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 근거를 담은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일명 분산에너지법)’과 분산에너지법 하위법령이 다음달 14일 시행되지만, 정부의 준비 부족 등으로 실제 ‘차등 전기요금제’ 시행까지 상당 시간이 걸린 전망이다.

김 사장은 또 "한전은 그동안 전기요금 조정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력을 다해 왔지만, 한전의 노력만으로는 대규모 누적 적자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한계에 봉착했다"며 "최후의 수단으로 최소한의 전기요금 정상화는 반드시 필요함을 정부 당국에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한전은) 올해 1분기(1~3월) 1조 3000억 원의 영업이익으로 3개 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지만, 최근 중동 리스크에 따른 고유가와 1300원 후반대의 고환율로 재무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 사장은 "만약 요금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폭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비한 막대한 전력망 투자와 정전·고장 예방을 위한 필수 전력 설비 투자에 소요되는 재원 조달은 더 막막해질 것"이라며 “이로 인해 한전과 전력산업을 지탱하고 있는 협력업체와 에너지 혁신 기업들의 생태계 동반 부실이 우려된다. 이는 결국 국가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고 주장했다.


‘전기요금이 어느 수준까지 인상돼야 한다고 보느냐’는 물음에 김 사장은 “40조원대 누적 적자를 해소하면서 중장기 재무 계획에 따라 2027년까지 한전 사채 발행 한도를 2배 이내로 축소하는 것을 목표로 '상당 폭'의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kWh(킬로와트시)당 전기요금을 1원 인상할 때 연간 기준으로 한전 적자 약 5500억 원을 해소할 수 있는 것으로 본다. 요금 결정권을 가진 정부도 한전의 재무 위기 해결을 위해 일정 수준 전기요금을 올릴 필요가 있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

한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 시기 원가 밑으로 전기를 공급해 2021∼2023년 연결 기준 43조 원의 적자가 쌓였다. 작년 말 연결 기준 총부채는 203조 원으로 작년 한해 이자 비용으로만 4조 5000억 원을 썼다.

한전은 2022년 이후 6차례의 전기요금 인상으로 손해를 보고 전기를 파는 국면에서는 벗어났다. 작년 3분기(7~9월) 이후 3개 분기 연속으로 영업이익을 냈다. 하지만 40조원대에 달하는 누적 적자는 해소되지 않은 상태이며, 한전을 둘러싼 대외 경영 환경도 다시 악화하는 분위기다.

김 사장은 막대한 재원 투자가 필요한 국가 전력망의 대대적인 확충이 필요한 상황에서 한전의 투자 여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한전은 2042년까지 조성될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클러스터를 비롯해 폭발적 증가가 예상되는 전력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겠다"며 "한전은 세계 최고 품질의 전기를 값싸게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 왔고, 앞으로도 이를 철저히 이행하겠다"고 했다.

한편, 김 사장은 한전의 영국 원전 수출 가능성과 관련, "작년 영국에 다녀왔을 때 그쪽에서 먼저 한전이 '온 타임, 온 버짓'을 바라카 원전에서 보여준 것을 알고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며 "어디까지 공개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영국 측과) 긴밀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2일(현지시간) 한전이 영국 당국자들과 앵글시 윌파 지역에 신규 원전을 짓는 문제와 관련한 초기 논의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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