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말도 안 듣는 금융위·해수부

  • 가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박근혜 대통령의 해양 관련 공약 및 지시사항을 관련 부처가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상황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정책의 타당성을 제대로 모르고 공약하거나 지시하는 것인지, 아니면 공무원들이 '반기'를 드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의 지시가 제대로 먹히지 않고 있는 이 같은 상황이 현 정권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선박금융공사(해운보증기금) 부산 설립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불가 입장은 대통령의 공약을 정부 부처가 뒤집은 사례라는 점에서 큰 우려를 낳고 있다. 결자해지가 원칙인데, 공약을 내놓은 대통령이 공식입장을 표하기도 전에 부처가 '안 된다'고 선을 그은 것이기 때문이다.

선박공사 부산 유치 공약
금융위선 "안 된다" 선 그어
북항2단계 조기개발 지시
실무 공무원들이 반기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열기가 달아오르던 지난해 11월 부산을 방문, "선박금융공사를 설립해 부산에 본사를 두겠다"며 "해양수산부 설치 약속과 함께 반드시 실천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지난달 22일에는 부산 북항재개발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선박금융공사를 해운보증기금으로 바꿔 달라"는 해운업계의 건의에 대해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금융위는 이보다 훨씬 전부터 정치권 등을 상대로 '선박금융공사나 해운보증기금은 안 되며 정책금융기관의 선박금융 부서를 부산에 내려 보내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이 '들러리'로 전락한 셈이다.

특히 금융위는 설립 불가 이유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가능성'을 들었지만 국회 입법조사처와 부산발전연구원은 잇따라 "큰 문제가 아니다"는 검토 결과를 내놓아 금융위가 과장 내지 '침소봉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물론 금융위는 "대선공약을 뒤집는 것은 아니다"며 "정책금융기관의 선박관련 부서를 부산으로 이전하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해운·조선업계 관계자는 "금융기관 노조가 부산 이전에 반대하고 나서거나 새로 온 은행장이 이를 철회할 경우 공약은 흔적도 남지 않게 된다"고 반박했다.

또 북항재개발 2단계 조기개발 검토 지시에 대해서도 해양수산부 실무 공무원들이 반기를 드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부산을 방문해 북항재개발 2단계와 관련, "이게 타이밍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계획대로 하다가 더 크게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있으니까 가능하면 당길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해 보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해수부와 부산항만공사 등은 조기 개발 검토를 위한 태스크포스팀(TF)을 구성하는 등 후속조치에 착수했지만 공무원들 사이에는 "사업을 조기 시행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거나 "위에서 현실도 모르고 지시했다"는 등의 반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해수부가 공무원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해 대통령의 정책 의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박 대통령이 현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일부 참모의 이야기만 듣고 말을 뱉었다"는 해석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해양 관련 현안과 관련해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주환 ·손영신기자 zero@busan.com


당신을 위한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