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너는 누구냐] 참새야, 깝치지 마라! 때 되면 알아서 올 것을…

  • 가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더워도 계절의 변화는 어김없다. 바야흐로 가을이 오고 있다. 부산 강서구 들녘이 황금빛으로 물들자 참새들이 먼저 계절을 알아채고 방문했다. 이재찬 기자 chan@

가을은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 여름의 끝자락이 가을이고, 겨울의 첫 자락을 여는 것도 가을이다. 9월은 가을을 여는 달로 인식되고 있지만 여전히 덥다. 실제 부산의 본격적인 가을은 통계적으로 10월이 되어야 시작되고 12월 중순이 되어야 마무리를 하며 겨울을 부른다. 기상청도 올해 가을철 기상 전망을 하면서 10월과 11월이 되어야 전형적인 가을 날씨를 보이겠다고 예보했다. 이제 막 시작하는 가을 속으로 살짝 들어가보자.


■여름이야 가을이야?

가을이 뜨거워지고 있다. 여름의 기운이 너무 왕성해서일까. 지난 100년간 가을의 기간 변동은 없지만, 겨울의 계절 변화는 뚜렷하다. 겨울이 부쩍 줄어든 것이다. 기상청에서 정의하는 겨울은 '월 평균 기온이 5도 미만으로 떨어진 후 다시 올라가지 않는 첫날부터'라고 한다.

1910년대 겨울은 보통 12월 초에 시작하여 70일 정도 지속됐지만 2000년대는 크리스마스 이브인 12월 24일 시작하여 고작 47일만 지속됐다. 봄과 가을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겨울이 20여 일간 줄고 여름이 보름여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9∼11월이 가을이라는 통념은 다소 무너졌다. 가을이라고 여기는 9월이지만 여름 기운이 물씬 풍기는 것은 이 때문이다.

부산기상청 김태희 장기예보관은 "최근 10년간 부산·경남·울산의 가을철 평균 기온은 15.5도로 평년(14.9도)보다 0.6도 정도 높았다"며 "1981년부터 지금까지 가을철 평균 기온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아직 여름 끝자락이다.


■아찔한 태풍의 추억

가을에는 낭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불청객이 있다. 태풍이다.

올해 이미 발생한 13개의 태풍 가운데 본격 여름철인 6월 1일부터 8월 22일까지 모두 8개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제8호 태풍 '너구리'와 제11호 태풍 '할롱', 제12호 태풍 '나크리'가 우리나라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었다. 존재감이 미미했던 제10호 태풍 '마트모'는 중국에 상륙한 후 많은 수증기를 우리나라에 유입시켜 폭우를 뿌렸다.

올 가을철에는 태풍이 10~11개 정도 발생할 것으로 기상청은 보고 있다. 평년(10.8)과 비슷한 개수인데 1개 정도가 우리나라에 직접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959년 9월 17일 추석 때 내습해 한반도 남부지방을 강타한 사라호 태풍의 악몽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가을 태풍의 모진 면을 잘 떠올릴 것이다.

태풍은 통계를 보면 9월에 5개 정도 발생하고, 10월에는 4개 정도 온다.


■한로 상강과 소설

찬 이슬이 내리는 날이 한로(10월 8일)이고 서리가 내리는 상강(10월 23일)이 있는 10월은 본격 가을이다.

계절의 변화를 알 수 있는 자연현상이 서리이지만 부산에서는 보기가 힘들다. 그 이유는 바다와 접했기 때문.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 인해 진주나 밀양 등 내륙 지방에 비해 서리 발생일이 적다.

지난해 부산지역 첫 서리는 12월 1일이었고, 마지막 서리는 2월 20일이었다. 서리가 내리는 절기인 상강보다 한 달 이상 늦었다. 지난 2012년에는 12월 8일 첫서리가 내렸고, 2011년 겨울에는 다음해 2월 27일 처음이자 마지막 서리가, 단 한 차례 관측되었다.

하지만 얼음이 어는 날은 다소 명확하다. 지난해에는 11월 21일 얼음이 얼었고, 2012년도에는 11월 27일. 2011년도엔 11월 21일로 큰 차이가 없다. 수은주가 0도 이하로 떨어져야 어는 얼음이 일정한 패턴을 보이는 것과는 달리 첫눈 오는 시기는 들쭉날쭉했다.

지난해에는 12월 20일 첫눈이 왔고, 그 전 해에는 12월 7일 내렸지만, 2011년에는 이듬해 1월 1일 서설이 내렸다.


■절기로 본 가을 본색

추석을 산정하는 음력이나, 달력(양력) 보다 절기가 더 계절 변화를 정확하게 예고한다는 주장도 있다. 24절기는 태양의 움직임을 계산해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천문연구원 이론천문연구센터 안영숙 박사는 "24절기는 중국 화베이지방을 기준으로 만들어졌는데 우리나라에는 삼국시대 백제에 도입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동양에서 오랫동안 농사에 도움이 되도록 만든 것으로 매달 상순에 있는 것은 절기, 하순에 있는 것은 중기로 부른다.

그런데 가을의 초입이라는 입추는 올해 어이없게도 여름이 한창인 8월 7일이었다. 올해뿐만 아니라 매년 8월 절기가 입추와 더위가 물러간다는 처서다. 왜 이런 경우에 맞지 않는 절기가 생겼을까.

역술인 박청화 씨의 해석을 들어보면 수긍이 간다. 박 씨는 하지 다음 날부터 해는 점점 짧아지면서 더운 기운이 줄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지상의 날씨가 오히려 더 더운 것은 하늘의 운동과 땅의 변화 사이의 시간 왜곡 때문이다"고 말했다. '삼복생한(三伏生寒)'이라는 말은 삼복과 입추를 지나면서 지상에는 한기가 뿌려지는데 작열하는 더위라도 결국 계절을 거스를 수는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첫술에 배 부를 수 없고, 달이 차야 기울 듯이 가을도 느리지만 천천히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윤 9월이라 더딘 가을

올해는 음력 9월이 두 번 있다. 윤 9월이 한 번 더 있는 것이다. 윤달을 결정하는 방법이 무중치윤법(無中置閏法). 무중월은 중기가 없는 달을 말한다.

한국천문연구원 안영숙 박사는 한 달 중 절기와 중기가 있고 없고가 윤달을 정하는 기준이 된다고 설명했다. 매달 절기와 중기가 각각 하나씩 들어가는데 음력과 양력의 한 달 길이가 서로 달라 중기가 빠진 경우 윤달을 집어넣어 균형을 맞춘다는 것. 윤달은 음력과 양력의 시차를 보정해주는 것이다.

음력 한 달은 29.53088일이고 이를 12개월로 환산하면 354.3671일. 이는 양력의 1년인 365.2422일보다 약 11일(10.8751일)이 짧은 것. 그래서 3년이 지나면 약 33일의 격차가 발생하는데 이 격차를 없애기 위해 약 4년 주기로 윤달을 넣는다. 정확하게는 19년에 7번의 윤달이 필요하다. 1년에 2번의 무중월이 있는 경우는 일반적으로 처음 달만 윤달로 하며 어떤 경우에도 동짓달은 11월로 고정한다고 한다.

미래의 윤달을 알고 싶으면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제공하는 만세력을 보면 된다. 2050년까지의 음력과 양력, 윤달을 미리 정해 놓은 달력이다. 시중 출판사에서는 2100년까지의 만세력을 출간하고 있다.

윤달이 추석 뒤인 음력 9월에 있기 때문에 올해 추석은 예년보다 일렀다. 그렇다고 가을이 너무 더디게 오는 것은 아니다. 꼭 그만큼의 시기가 되면 가을은 반가운 손님처럼 찾아 온다.

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당신을 위한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