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출석 ‘돌려차기’ 생존자 “피해자들은 항상 제3자로 소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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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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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고법·지법 국정감사 참고인 신분 출석
피해자 알 권리, 공판 기록 열람권 확대 등
생업 포기하고 직접 수집 증거 1200쪽
“반성 없는 반성문 양형 기준 적용 안돼,
수많은 범죄 피해자들 구제해 달라” 호소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 여성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자신이 겪었던 제도적 한계 등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본인 제공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 여성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자신이 겪었던 제도적 한계 등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본인 제공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 여성인 박민지(28·가명) 씨가 20일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피고인 중심인 현행 사법시스템의 개선을 촉구했다. 공판 기록 열람·등사권 확대, 피해자 알 권리 개선, 반성문을 비롯한 사건과 관련 없는 양형기준 폐지 등 <부산일보>의 기획시리즈 ‘제3자가 된 피해자’를 통해 여러 차례 지적했던 개선점이 국감장에서 논의됐다.


■‘피해자 알 권리’ 열람·등사권 확대

민지 씨는 “법원에 수차례 공판 기록 열람을 신청했는데 겨우 받을 수 있는 건 공소장 뿐이었다”며 “법원 직원은 ‘피해자는 재판 당사자가 아니니 가해자에게 민사소송을 걸어서 문서정보 촉탁을 해보라’고 권유했다. 그 기록도 1심 선고가 끝나고 나서야 겨우 받을 수 있었다”고 토로했다.

민지 씨는 1심 첫 공판에서 피해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을 처음 봤고, 사각지대로 끌려간 7분에 대해서도 비로소 알게 됐다. 민지 씨는 영상의 복사본이라도 달라며 법원에 요청했지만 거절당했고, 어쩔 수 없이 가해자인 이 모 씨에게 손해배상소송을 걸었다.

민지 씨는 이 과정에서 자신의 개인 정보가 노출된 것으로 본다. 법원이 처음부터 공판 기록에 대한 열람·등사를 허용했더라면 보복 범죄의 위험에 노출될 일도 없었다. 현재 공판 기록 열람·등사권은 전적으로 담당 판사의 재량에 달려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피해자가 직접 소송 걸어서 받은 재판 기록과 증거 자료만 1268페이지가 된다. 이렇게 무거운 기록의 무게가 바로 우리 국민들이 갖고 있는 사법 불신의 무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가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부산지법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비공개로 증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가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부산지법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비공개로 증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피해자가 열람·등사를 신청하면 피고인 방어권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는 등의 사정이 없을 때엔 웬만하면 공개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며 “신청이 반려될 경우 한 번 정도는 피해자가 따져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전했다.

김흥준 부산고법원장은 “피해자에게 위로의 말씀부터 전해드리고 싶다. 그간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피고인의 방어권에 많은 관심을 가졌던 게 사실인데, 부산 돌려차기 사건 이후 피해자의 권리와 지위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앞으로는 공판 기록 열람·등사 신청 허가의 폭이 더 너그러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국회입법조사처는 공판 기록의 열람·등사를 원칙적으로 허용하되, 예외적 경우에만 이를 제한하는 형태로 피해자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이 제도가 시행된 지 16년이 지났지만, 열람·등사에 관한 간단한 통계조차 확인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반성 없는 반성문, 감형 안 돼

가해자가 제출하는 반성문이 양형에 반영되는 사법시스템의 부당함도 논의됐다. 민지 씨는 “저는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는 반성문이 지속적으로 제출됐고, 1심 재판부는 이를 양형 기준으로 일부 반영해 징역 12년을 선고했다”며 “반성 없는 반성문 때문에 감형을 받았다고 하는 건 피해자로서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라고 말했다.

민지 씨가 최근 직접 수집한 자료에 따르면 가해 남성은 교도소 수감 동료들에게 “여섯 대밖에 안찼는데 한 대당 2년씩 해서 12년이나 받았다”며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에 그냥 죽여버릴 걸 그랬다” 등의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인터넷에는 ‘감형 받기 위한 반성문 팁’ 등을 쉽게 검색할 수 있고 반성문 대필 업체가 성행한 지도 오래다. 재판부의 선처를 기대하며 수십 장씩 반성문을 제출하는 일도 관행처럼 여겨지고 있다. 법무부가 ‘진지한 반성’에 대한 정의 규정을 신설했지만 편지글만으로 진심을 가려내는 일이 쉬울 수는 없다.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은 “이런 큰 사건이 일어났을 때 사회 분위기나 흐름에 법원이 뒤처지는 것을 법원에 근무했던 저도 느낀 적이 있다”며 “법원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의문이다. 형이 너무 높으니까 기계적으로 감경을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가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부산지법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비공개로 증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가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부산지법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비공개로 증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론화 없이도 공정한 재판”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은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법원은 사실 인정과 양형에 관한 부분을 조사할 수 있다. 게다가 피해자는 무려 7차례나 탄원서와 의견서를 제출했다”며 “요지부동이었던 항소심 재판부는 언론 보도가 집중적으로 나가자 그제서야 입장이 바뀌면서 여러 추가 혐의를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 피해자가 가만히 있었으면 추가적인 요소를 고려하지 않았을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3월 항소심 공판에서 검찰 측은 CCTV 사각지대에서의 7분을 검증하자며 DNA 재감정을 요청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미 1심 과정에서 속옷 등에서 피고인의 DNA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감정이 이뤄졌다”며 “겉옷에서 DNA가 발견되더라도 검찰 측에서 밝히고자 하는 성폭행 혐의와는 직접 관계가 없어 보인다. 살인미수라는 공소사실만으로도 겉옷에서 피고인의 DNA가 발견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부정적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단순히 시간적인 순서만을 가지고 재판부가 어떤 심리 계획을 갖고 있었는지 알 수는 없다”며 “피해자가 탄원서를 제출한다고 해서 재판장이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도 아니다”며 조 의원의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민지 씨는 앞서 <부산일보>에 “1년간 생업을 뒤로 한채 사건을 파고 들었고, 여러 언론을 통해 공론화를 하지 않았다면 공소장 변경 등의 결과를 얻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20년 뒤 죽을 각오로 피해자들을 대변하고 있다”며 “이미 재판이 끝난 상황에서 뭘 어떻게 해달라는 것이 아니다. 제 사건을 계기로 힘 없는 수많은 범죄 피해자들을 구제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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