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보전 결정 투표상자 ‘증발’…법원, 잠실투표소 증거 확보 불발
핵심 물증 행방 두고 공방 예상
검·경 합수본 27명 규모로 출범
10일 진행된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현장 검증 모습. 연합뉴스
법원이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벌어진 서울의 한 투표소를 방문해 현장 검증에 나섰지만, 투표용지 상자가 이미 사라져 증거 보전이 불발됐다. 선거관리위원회도 해당 투표용지 상자를 보관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으로 이번 사태의 핵심 물증의 행방을 두고 공방이 예상된다. 대검찰청은 서울중앙지검에 27명 규모의 검·경 합동수사본부를 설치하고 책임 소재 규명을 위한 강제 수사에 전격 착수했다.
서울동부지법 민사51단독 김지연 부장판사는 10일 오후 3시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우성아파트 경로당)를 찾았다. 김 부장판사와 법원 직원들은 약 27분간 현장 검증을 진행하며 증거물 확보를 시도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이들은 전날 법원이 증거 보전 결정을 내린 ‘인쇄매수 1900매’ 투표용지 보관상자를 현장에서 봉인한 뒤 법원으로 옮겨 보관해야 했다.
그러나 현장은 이미 원래의 경로당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고 핵심 물증인 상자도 사라진 상태였다. 현장에 동행한 개혁신당 김정철 최고위원은 “확보하려는 증거가 여기 없는 만큼 사실조회 답변이 오는 것을 보고 개표소에 있는 투표함에 대한 증거보전을 추가로 신청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던 김 최고위원은 선거 무효 소송을 내기 전 증거를 먼저 확보해달라며 지난 8일 법원에 이 증거 보전을 신청했다.
선관위 측은 해당 상자가 투표함이 아닌 투표용지를 담던 소모성 상자인 만큼 법적 보관 의무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난 5일 경찰이 해당 장소에서 투표함을 반출한 뒤 시위대 등이 난입하면서 혼란상이 펼쳐진 만큼, 제3자가 무단으로 상자를 가져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법원은 현장에서 상자를 찾지 못한 만큼, 추후 선관위 등을 상대로 보관 장소를 묻는 사실조회 절차를 거칠 전망이다.
수사당국도 검·경 합동수사본부를 꾸려 강제수사 체제에 돌입했다. 대검찰청은 “지난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국민의 참정권 행사에 지장이 초래된 사안을 철저하게 규명하기 위해 검·경 합동수사본부를 서울중앙지검에 설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합수본은 검찰 12명, 경찰 15명 등 총 27명 규모로 꾸려진다.
이번 합수본 설치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검찰과 경찰이 참여하는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사건의 전모를 철저히 규명하라”는 지시에 따른 후속 조치다. 합수본부장에는 김태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가, 부본부장에는 고태완 충남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장(총경)이 각각 임명됐다. 다만 사무실 이전과 기존 경찰 고발 기록 검토 등에 드는 시간을 고려하면 본격적인 강제 수사 개시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이날 자체 진상규명위원회를 가동하며 첫 회의를 열었다. 변호사인 조현욱 위원장을 포함해 외부 인사 6명으로 구성된 진상규명위는 앞으로 10일간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원인과 책임 소재를 논의한다.
조현욱 위원장은 “객관적이고 정확한 진상규명을 통해 사태의 전모를 밝히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한편, 책임 있는 자에게 엄정하게 책임을 묻고 선거관리 시스템 개혁을 제안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