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BTS의 보이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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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논설위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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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년 전통의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는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A), ‘빌보드 뮤직 어워즈’(BBMA)와 함께 미국 3대 대중음악상으로 꼽힌다. 그래미는 가수, 프로듀서, 엔지니어 등 업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 1만 5000여 명의 표심이 수상의 향방을 가른다. ‘음악적 완성도’와 ‘예술성’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BBMA는 ‘상업적 성공’이 가장 큰 척도다. 음반 판매량, 스트리밍 횟수 등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 집계하는 수치들이 후보 선정과 수상 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전 세계 팬들의 100% 온라인 투표로 정해지는 AMA의 심사 기준은 ‘대중적 파급력’이다.

이 가운데 그래미는 최고 권위를 지녔지만 인종과 성별 차별 논란으로 ‘하얀 그래미’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1959년 시상식이 출범한 이래 그래미의 최고 영예인 ‘올해의 앨범’은 철저히 백인 주류 아티스트들의 전유물이었다. 역사상 흑인 아티스트가 이 상을 받은 것은 마이클 잭슨(1984년), 로린 힐(1999년), 허비 행콕(2008년), 존 바티스트(2022년), 비욘세(2025년) 등 단 12명에 불과하다. 마이클 잭슨이 1979년 정규 1집 앨범 2000만 장을 팔고도 주요 부문 수상에서 철저히 외면받았던 사건은 그래미의 유색인종 차별 논란을 증폭시킨 대표적 사례다. 마이클 잭슨은 1984년 ‘빌리진’이 수록된 2집 앨범 ‘스릴러’를 통해 그래미상 8개 부분을 휩쓸며 반전에 성공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내년 2월 열리는 ‘2027 그래미 시상식’에 최신 앨범 ‘아리랑’과 수록곡을 출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지난달 그래미 측이 한국·중국·일본 등 아시아권 음악을 구분해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APMP)’ 부문을 신설한다고 발표한 데 대한 보이콧으로 해석된다. 별도 부문 신설 후 음악적 배경이 서로 다른 한중일의 대중음악을 지역 단위로 묶은 것에 대해 서구 중심적 발상이란 비판이 나온다. 이 상의 신설이 K팝을 아시아 음악 부문에 국한하고 미국 주류 팝의 본상 수상을 지키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BTS는 그동안 국적과 언어를 초월해 작품성으로 인정받으며 미국 주류 음악시장에서 K팝 경쟁력을 입증해 왔다. BTS의 출품 거부가 비영어권 아티스트를 대상으로 그래미가 쌓는 굳건한 장벽에 균열을 가할지 주목된다. 미국 주류 아티스트와 특정 장르 중심의 수상 관행을 이어온 뿌리 깊은 차별의 역사를 바꾸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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