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붙은 계곡, 갈라진 밭…역대급 가뭄에 부산 곳곳 물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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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 이예슬기자 y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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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용수 쓰던 계곡물 말라
씻은 물 받아 텃밭에 재사용
강서구 농지 ‘쩍쩍’ 갈라져
소방 농업용수 공급 나서

14일 오후 부산 북구 만덕동 사기마을로 생활 용수를 공급하는 사기천이 바짝 말라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이예슬 기자 ys@ 14일 오후 부산 북구 만덕동 사기마을로 생활 용수를 공급하는 사기천이 바짝 말라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이예슬 기자 ys@

최고 기온이 32도를 기록한 14일 오후 4시 부산 북구 만덕동 사기마을. 50여 가구가 사는 이 마을로 흐르던 계곡 사기천은 물줄기가 완전히 끊긴 채 말라붙어 있었다. 상수도가 들어오지 않는 이 마을 주민들은 평소 계곡물을 150t(톤) 규모 공동 물탱크에 받아 생활용수로 써왔다. 하지만 최근 이어진 가뭄으로 일주일 전에는 물탱크 바닥이 드러날 정도로 물이 부족했다.

평생 이 마을에서 살았다는 한 80대 주민은 “아무리 비가 안 와도 손가락 굵기만큼은 계곡물이 졸졸 흘렀는데 이렇게 한 방울도 없이 마른 건 처음”이라며 “앞으로 이런 일이 자주 생길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14일 오전 부산 강서구에서 농민 최부호 씨가 자신의 농장에서 가뭄으로 말라붙은 대파 껍질을 떼어내고 있다. 이예슬 기자ys@ 14일 오전 부산 강서구에서 농민 최부호 씨가 자신의 농장에서 가뭄으로 말라붙은 대파 껍질을 떼어내고 있다. 이예슬 기자ys@

같은 날 오전 10시 30분 부산 강서구 송정동의 한 농장. 2500평 농장 곳곳에는 수분이 빠져나간 흙바닥에 굵은 금이 사방으로 벌어져 있었다. 500평 대파밭에는 껍질이 누렇게 마른 대파가 두 뼘 남짓한 높이로 늘어서 있었고, 가장자리 두 골은 이미 말라죽은 대파를 걷어내 텅 비었다. 그 사이로 15m짜리 소방호스 4개가 길게 놓였다. 소방대원이 밸브를 열자 메마른 밭고랑으로 물이 흘러 들어갔다. 이를 지켜보던 농민 최부호(69) 씨는 “작물들이 목을 축이는 정도의 양이지만 이것만이라도 고맙다”고 말했다.

긴 가뭄이 부산의 물길을 끊으면서 시민들의 생활용수부터 농민들의 농업용수까지 물 부족의 여파가 번지고 있다. 계곡에 의존하는 마을에서는 공동 물탱크가 바닥을 드러냈고, 강서구 농가에서는 저수지 물이 줄어 소방차까지 농업용수 공급에 나섰다.

사기마을은 우선 급한 불을 껐다. 북구청이 지난 10일부터 인근 민방위 비상급수시설을 마을 물탱크와 연결해 생활용수를 공급하면서 사정은 나아졌다. 하지만 주민들은 가뭄이 이어지면 언제 다시 물이 부족해질지 모른다며 여전히 불안을 토로한다.

손학선(68) 씨는 물탱크가 바닥을 드러냈을 당시 몸에 물 두 바가지를 부어 씻은 뒤 그 물을 통에 담아 다시 농작물에 줘야 했다. 손 씨는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언제 또 떨어질지 몰라 여전히 아껴 쓴다”며 “텃밭에도 다른 데로 흐를까 봐 뿌리 가까이에 조심스럽게 물을 붓는다”고 말했다.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부산에서 사기마을처럼 상수도가 공급되지 않는 마을은 모두 33곳이다. 이들 마을의 2266세대는 우물이나 물탱크 등 자체적인 소규모 급수시설을 이용하고 있다.

생활용수 부족이 현실화한 북구와 달리 강서구 농촌에서는 농업용수가 말라가고 있다. 계속된 가뭄으로 일부 농가까지 물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으면서 결국 소방차가 농업용수 공급에 투입됐다. 강서소방서는 이날 오전 송정동 일대 농가에 농업용수 44t을 긴급 공급했다.

소방차까지 동원된 것은 인근 옥포 제1저수지의 물이 가뭄으로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 저수지의 저수율은 현재 약 40%로 ‘심각’ 단계까지 떨어졌다. 저수지와 가까운 농경지에서 물을 먼저 사용하면서 하류 쪽 농지까지 충분한 용수가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

14일 오전 부산강서소방서 소방관들이 부산 강서구 송정동에서 농업 용수를 물탱크에 공급하고 있다. 이예슬 기자 ys@ 14일 오전 부산강서소방서 소방관들이 부산 강서구 송정동에서 농업 용수를 물탱크에 공급하고 있다. 이예슬 기자 ys@

약 200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에서 어린잎과 새싹을 키우는 신태호(84) 씨도 이날 급수받았다. 신 씨는 “팔십 평생 이런 가뭄은 처음”이라며 “최근에는 수확한 새싹을 세척한 물도 버리지 않고 다시 밭에 주는 식으로 재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뭄에 따른 긴급 급수는 부산 곳곳으로 확대되고 있다. 부산소방재난본부는 지난달부터 이달 13일까지 가뭄 피해 지역 5곳에 총 87차례에 걸쳐 약 568t의 용수를 공급했다. 소방은 가뭄 장기화에 대비해 지자체·군과 비상 연락망을 구축하고 추가로 긴급 급수가 필요한 곳에 지원을 이어갈 방침이다.

이진호 부산소방재난본부장은 “소방은 재난 현장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힘든 순간에도 가장 가까이에서 힘이 될 수 있도록 관계 기관과 함께 필요한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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