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1’ 올라탄 태국…HMM, 아시아 역내망 확 키운다
오세혁 태국법인장 인터뷰…HMM 물동량 4% 담당
中기업 태국 생산기지 이전 가속…수출입 물동량 늘어
2028년부터 1800~2800TEU급 신조선 22척 순차 투입
인트라아시아 서비스로 대응…‘허브 앤드 스포크’ 강화
미·중 갈등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태국이 새로운 생산·물류 거점으로 부상하면서 HMM이 현지 네트워크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미주·유럽 등 원양항로 경쟁력에 인트라 아시아(아시아 역내) 서비스를 강화해 급증하는 동남아 물동량을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태국 수출입 급증…차이나 플러스 원에 물동량 확대
지난 13일 태국 방콕에 있는 HMM 태국법인에서 만난 오세혁 법인장은 “HMM 전체 물동량에서 태국발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로 지난 10년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다만 글로벌 물동량 자체가 증가한 만큼 태국 물동량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HMM 태국법인이 처리하는 물동량은 주당 평균 약 35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연간으로는 20만TEU 안팎이다.
특히 최근 태국의 수출입 증가세가 가파르다. 올해 상반기 태국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8%, 수입은 약 38% 증가했다. 미국을 비롯해 아세안과 일본 등으로 수출이 늘어나는 동시에 완제품 생산에 필요한 중국산 부품·중간재 수입도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 법인장은 “태국은 중국에서 부품과 중간재 상당 부분을 수입한 뒤 이를 가공해 완제품으로 다시 수출하는 산업 구조를 갖고 있다”며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증가하는 흐름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미국의 대중국 견제와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에 집중됐던 생산기지를 분산하면서 태국과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가 새로운 생산·소싱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태국 동부경제회랑(EEC)을 중심으로 중국 기업의 진출도 빠르게 늘고 있다. 라용과 촌부리 등 람차방항과 인접한 지역에는 전자·화학·자동차 부품·타이어·가구 업체 등이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있다. BYD와 상하이자동차 등 중국계 기업들의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오 법인장은 현지 영업 강화를 위해 일본인 직원에 더해 중국인 채용도 검토하고 있다. 과거 일본 산업의 영향을 크게 받았던 태국의 산업 구조가 최근 중국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중소형선 22척 투입…인트라 아시아 네트워크 재건
HMM은 이런 공급망 변화를 인트라 아시아 네트워크 확대의 기회로 보고 있다. HMM은 미주·유럽 등 원양항로에서는 상대적으로 강점을 갖고 있지만, 태국을 포함한 인트라 아시아 시장에서는 서비스망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HMM은 2028년부터 1800~2800TEU급 중소형 컨테이너선 22척을 단계적으로 인도받을 예정이다. 구체적인 투입 항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선박 규모와 운항 특성상 인트라 아시아 네트워크 강화에 상당 부분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현지 법인의 판단이다.
오 법인장은 “선박이 투입되는 시점에 바로 활용하려면 지금부터 시장 조사와 선제적인 영업 준비가 필요하다”며 “태국법인도 동남아 권역의 중장기 성장 전략에 맞춰 아시아 역내 네트워크를 재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오 법인장은 2009년 HMM의 전신인 현대상선에 입사해 아시아·중동 지역 영업을 두루 경험한 해외영업 전문가다. 2019년 아랍에미리트(UAE) 법인으로 자리를 옮겨 3년간 해외 영업 역량을 쌓았고, 2023년 본사 복귀 후에는 주요 고객 관리팀에서 핵심 화주들을 담당했다.
HMM은 최근 초대형선 중심의 원양 네트워크에서 중소형선을 활용한 ‘허브 앤드 스포크(Hub & Spoke)’ 구조로 네트워크를 다변화하고 있다. 대형 항만을 허브로 삼고 중소형 선박으로 주변 항만을 연결해 동남아를 비롯한 신흥시장의 물동량 증가에 대응하는 방식이다.
태국발 유럽 서비스도 강화했다. HMM이 속한 프리미어 얼라이언스는 올해 4월 태국과 북유럽을 연결하는 직기항 서비스를 2년 여만에 재개했다. 이에 따라 태국 화주는 싱가포르 등에서 환적하지 않고 북유럽 주요 항만까지 화물을 운송할 수 있게 됐다.
중동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도 HMM 태국법인이 주목하는 변수다. 중동 주요 항만 이용 제한과 선박 재배치가 홍해·유럽 항로뿐 아니라 아시아 항로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 법인장은 “태국이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와 환적 허브 지위를 놓고 직접 경쟁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태국은 메콩강 유역의 중심에 있고 제조업 기반과 육상 물류 연결성을 갖췄다는 것이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해상과 육상 운송을 결합한 복합 물류 솔루션을 확대하는 것이 태국법인의 중요한 역할”이라며 “원양항로 경쟁력과 앞으로 강화될 인트라 아시아 네트워크를 연결하면 HMM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HMM 태국법인이 지난 7일 태국 방콕 슬럼지역에 위치한 두앙 프라팁 유치원을 찾아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HMM 제공
◆조직문화 활성화…지역사회와 상생도 강화
HMM 태국법인은 사업 확대와 함께 현지 조직문화 활성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태국법인엔 73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 중 70명이 현지인이다. 오 법인장은 올해 취임 후 사내 동호회 활동을 시범적으로 도입했는데 직원들의 반응은 뜨겁다. 배드민턴과 요리, 영화 동호회 등이 이미 구성됐고 향후 활동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위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 7일에는 방콕 슬럼 지역 저소득층 아동의 교육과 복지를 지원하는 ‘두앙 프라팁 유치원’을 찾아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이날 태국법인 임직원 16명은 아동 163명을 대상으로 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점심 배식과 식사를 도왔다. 법인은 유치원 측이 요청한 식료품과 학용품 등 필요 물품과 점심, 후원금을 지원했다. 오 법인장은 “HMM 태국법인은 현지 물류 네트워크 확대뿐 아니라 임직원 간 소통을 강화하고 지역사회와의 접점을 넓히는 활동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재)바다의품과 (사)한국해양기자협회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